검수완박법

지난해 5월 9일 공포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일컫습니다. 박홍근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72명이 발의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추진한 ‘검찰개혁’의 연장선에 있는 이 법은 검찰의 비대한 권한을 분산하고자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국민의힘은 이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며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아닌 ‘축소’입니다. 기존에는 검사가 중요 6대 범죄(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를 수사할 수 있었지만, 법이 바뀌며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로 수사 범위가 줄어들었습니다.

검수원복 시행령

법무부는 지난해 검수완박법이 통과되자, 시행령을 개정해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를 부패범죄로 재분류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이라며 반발했습니다. 법으로 축소한 검찰의 수사 범위를 하위법인 시행령으로 도로 넓혔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유상범, 전주혜 의원이 검수완박법에 문제가 있다며 헌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다. 이들은 검수완박법 처리 과정에서 자신들이 국회의원으로서 심의·표결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입법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윤석열 정부 취임 전, 민주당은 검수완박법을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검수완박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민형배 의원은 일명 ‘위장 탈당’을 감행했습니다. 검수완박법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안건조정위원회 위원 6명은 민주당 소속 위원 3명과 민주당 소속이 아닌 위원 3명으로 구성돼야 하는데, 이 중 3분의 2인 4명 이상이 찬성해야 법안이 통과될 수 있었습니다. 의결정족수에 1명이 모자란 상황에서 민형배 의원이 무소속 의원으로서 찬성표를 던지려 한 것입니다.

당시 민주당 소속 법사위 박광온 위원장은 민형배 위원을 포함해 안건조정위원회를 꾸렸고, 법안은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의결됐습니다. 직후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법안은 별다른 토론 없이 그대로 표결에 부쳐졌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 위원들이 자신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검수완박법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된 건 맞으나,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유상범 의원은 “온라인에서 나오는 ‘새치기를 했지만 줄서기는 인정한다, 커닝은 했지만 성적은 유효하다, 술 마시고 운전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같은 조롱이 헌재 결정의 문제점을 드러낸다”고 꼬집었습니다. 김기현 대표도 헌재 결정이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참에 시행령을 폐기해야 한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집중 공격했습니다. 이번에 헌법재판소는 한동훈 장관의 검수완박법 무효확인청구를 각하했는데요. 한 장관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시행령을 물릴 순 없다고 맞섰습니다. 민주당 일각에서 이를 두고 ‘한동훈 탄핵론’까지 나오자, 검수완박법이 헌재에서 무효로 인정받았으면 민주당은 사퇴했을 거냐고 되물었습니다.

검찰개혁은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의제입니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엔 노무현 정부 당시 검찰개혁을 시도했다가 역풍을 맞았다는 ‘트라우마’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런 이유로 입법 과정에서 이미 위법·위헌 시비가 붙을 걸 알고 있었음에도 검수완박법을 강행 처리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통적으로 친검찰 성향으로 분류됐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던 윤석열이 대선 후보로 나서며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에도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미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는 등 검찰 권한이 축소된 상황에서 검수완박법마저 통과된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검수원복’ 시행령 등 검찰의 위상을 되돌리려는 움직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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