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스토리
일련의 뉴스들을 보다 보면 ‘세계관 붕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이번 정권의 행보는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을 급격하게,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변화 앞에서 제가 느끼는 불안은 정치적 이념으로서의 보수에 대한 생각과 무관합니다. 불안의 원인은 나의 감정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는 듯 몰아치는 정치적 태도입니다.
오염수에 대한 우려는 비이성적인 공포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으로 얻는 실익에 대한 의문은 해묵은 분노로,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은 ‘공산당 기관지’로 낙인찍는 세계가 낯섭니다. 그것이 타당하든 타당하지 않든, 감정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전혀 없다는 게 놀랍습니다.
지금 정치는 ‘이성’과 ‘비이성’,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언어로 아군과 적군을 판별합니다. 후자의 의견은 무시하고 비웃어도 될 것으로 만듭니다. 분열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바보 취급을 당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를 냅니다. ‘내가 바보였구나’ 하며 반성할 사람은 극소수겠죠. 화를 내든 말든 제 갈 길을 바삐 가는 것이 개인에게는 필요한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치가, 그것도 집권세력이 그런 태도를 보인다면 어떨까요.
바보가 된 사람들은 한없이 무력해질 겁니다. 나의 생각과 감정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어떤 사람은 폭력을 스스로를 증명할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만연한 소위 ‘묻지마 범죄’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읽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