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3일은 더없이 평온했습니다. 지평선을 보는 게 일과의 전부였으니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4일째부터 어쩐지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끝없는 초원을 달리다 보면 한국이라는 사회가 이 지구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도 잊을 것만 같았습니다. 처음엔 그 감각이 너무나 좋았는데, 자꾸만 뭔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속한 세상의 일로부터 등을 돌려 얻은 즐거움이 오히려 저를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그때의 불안감은 결국 내가 그 세상에 속해있음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돌아가면 글을 쓰기 위해 밀린 뉴스를 봐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도 아니었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인지해야 한다는 알량한 정의감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속한 세상의 일이 지금 내 삶을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목격하지 못해 생기는 불안감이었습니다.
여행이 즐겁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매일매일이 유쾌하고 뭉클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불안감이 마음 한 켠에 박혀 저를 내내 따라다녔습니다. 인터넷이 되는 지역에 들어갔을 때, 곧바로 뉴스 알람을 확인하고 무력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낀 것이 생생합니다.
<애증의 정치클럽>이라는 이름을 정할 때 했던 얘기가 떠오릅니다. 정치를 보는 감정은 결국 애증이다. 사랑과 증오라는 파괴적인 두 감정이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좋은 정치를 위해선 정치를 바라보는 시민들이 필요하다. 이들이 지치지 않을 수 있게 돕는 미디어를 만들자.
문득 저에게 정치에 대한 애증이란 이 마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떤 세력과 의제에 대한 호오 이전에, 정치와 내 삶이 맺는 관계에 대한 애증이 있습니다. 벗어나고 싶은 동시에 개입하고 싶은 이 마음. 이 복잡한 마음을 달래는 데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희망이라는 말은 진부하고 모호하다고 생각하지만, 당장은 그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가는 가운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부디 또 다른 비극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희망을 구체화하려는 시도를 전합니다.
지난 7월 20일, 폴티 최하예 대표를 인터뷰하며 참석한 ‘대구싶은 정치토크’ 현장입니다. 대구에서 5개 정당의 정치인이 모여 자신의 정치 철학과 대구 정치의 현주소를 논한 자리입니다. ‘보수의 성지’ 대구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인데요. 객석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