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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잼버리의 원인

8월에 들어선 이후 내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논란입니다. 폭염, 해충, 배수 문제에 대한 부실 대응, 비위생적인 식사와 시설, 의료진 부족 등 행사 운영 전반이 문제적이어서 ‘나라 망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해외 학부모 항의가 빗발쳤고, 외신에서는 현실판 ‘오징어게임’이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최다 참가국인 영국과 미국이 철수를 결정했는데, 태풍 ‘카눈’ 예보로 8일 참가자 전원이 철수하게 됐습니다. 행사 종료 기간은 12일, 이 기간까지 참가자들을 어떻게 수용할지도 문제인데요.

제대로 준비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새만금 잼버리의 부실 운영은 이례적이고 의문스럽습니다. 어쩌다 이런 총체적 난국이 벌어진 걸까요?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4년마다 개최되는 청소년 야영 축제입니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에는 155개 국가에서 약 4만 명이 참가했습니다. 우리나라가 개최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로, 첫 한국 잼버리는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개최됐습니다.

새만금 간척 사업은 91년, 노태우 정권에서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꺼낸 정책입니다. 서울시 3분의 2 면적의 갯벌을 메워 경제 발전에 필요한 땅을 만든다는 계획이었는데요. 아직까지도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사업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전북도민들의 지지도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전북도와 정부 입장에선 이미 엄청난 돈이 들어간 만큼 철회하기 어려운 사업입니다.

이에 전라북도는 새만금 사업을 추진하려는 기획 중 하나로 잼버리 유치를 내세웠습니다. 이미 매립이 완료된 부지를 두고, 갯벌이 남아있던 지역을 대회 부지로 잡아 개최지 선정 이후 매립을 진행했습니다. 매립은 22년 말에야 완료됐습니다.

매립 비용 2천억 원은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관리기금으로 메꿔졌습니다. 원래 잼버리 부지는 관광레저용지였는데, 새만금개발청은 이를 편의상 농업용지로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근거는 ‘대회의 시급성을 감안한 관계부처 협의’입니다. 대회 추진을 위해 무리하게 편법적인 방법을 쓴 것입니다. 이로 인해 농지 기준에 맞춘 매립을 하면서 물이 빠지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대회 직전 침수 사태를 낳았습니다. 침수로 인해 사전 행사인 프레잼버리가 취소되면서 기반시설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전북도는 잼버리 유치를 근거로 새만금 신공항 예비 타당성 검사를 면제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공항 공사는 내년에야 시작됩니다. 도로 등의 사회간접자본(SOC)이 유치 이후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새만금 잼버리의 문제들은 모두 충분히 예측 가능했음에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거나 기반 시설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생긴 것들이었습니다. 민주당 이원택 의원이 지난해 국감에서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을 상대로 잼버리 사태를 정확히 예측하는 질의를 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전 정권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매립 단계에서 발생한 문제와 뒤늦은 기반시설 착공에는 전 정권의 책임이 일정 부분 있지만, 참여자들이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한 폭염, 위생, 보건 문제는 현 정부로 넘어온 시점에서 지적됐음에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행사에 투입된 예산은 총 1171억 원입니다. 2015년 새만금과 비슷한 환경에서 행사를 연 일본 야마구치현 잼버리 총 예산의 3배나 됩니다. 폭염, 해충, 방역에 쓰인 예산의 비중은 전체의 6%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곧 있을 국정감사에서 예산을 뜯어보는 문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 정부가 잼버리에 무관심해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작년부터 행사 관련 조직을 개편, 추가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올해 3월엔 윤석열 대통령을 한국스카우트연맹 명예총재로 추대해 개영식에 초청했습니다.

원래 잼버리 조직위는 여가부 장관과 민주당 김윤덕 의원 2인 체제였는데, 작년 2월 행안부, 문체부 장관과 한국 스카우트연맹 총재가 참여해 5인 체제가 됐습니다. 그러나 총책임자 없이 각자 맡은 역할만을 수행해 제대로 협업이 이뤄지지 않았고, 전체 회의도 1회에 그쳤습니다. 국무총리가 지휘하는 지원위원회를 결성해 한덕수 총리가 행사 전 직접 대회장 점검에 나섰었지만,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중앙정부는 행사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일처리에 부실했습니다. 정부는 전북도에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지만, 조직위의 구성을 보면 지방정부만을 탓할 수 없습니다.

민주당 혁신위, ‘대의원 권한 축소’ 논의

9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최근 일어난 무차별 범죄의 대응 차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신설하고 가석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입니다. 해당 안은 지난 2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먼저 언급했습니다. 한 장관은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괴물을 영원히 격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무부는 현재 국회와 별도로 법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그러나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차별 범죄의 특성 상 엄벌에 처하는 것은 예방 효과가 없고, 오히려 교도소의 교정 기능을 해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