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도청

유출된 문건에는 최근 줄줄이 물러난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의 대화 내용이 담겼습니다.

두 사람 사이 오갔다는 대화를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을 요청했고, 추가 압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기에 미국의 요청에 응할 수 없다. 직접 지원은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폴란드를 통해 우회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도청 의혹이 불거지자 문건 일부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도청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향후 조치에 대해서는 조사해보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뉴욕타임스 보도 이후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불과 하루 만에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미국에 항의할 계획은 따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소극적 대응은 이달 말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한미정상회담을 원만히 진행하기 위함으로 해석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이후 줄곧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해왔습니다.

국민의힘은 야권의 비판을 ‘반미 선동’으로 규정했습니다. 한미동맹이라는 국익을 위해 신중히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미국에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본에 이어 미국에도 ‘저자세 외교’로 일관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도청 의혹에도 사과와 재발 방지를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하는 상황을 꼬집은 것입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대통령실 이전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급하게 옮기는 과정에서 보안에 구멍이 뚫렸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통령실은 “청와대보다 용산의 보안이 더 탄탄하다”고 반박했습니다.

한편 야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미국과의 외교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국방부는 11일 오전 미국 국방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고, 도청 건에 대해 협력해나가기로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로써 도청 의혹은 일단락됐다고 평가했지만, 파장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에디터 노을🌇

선거제 개혁 토론 전원위원회 진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