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됐다. 결과는 부결이었지만, 압도적으로 부결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찬성표가 반대표보다도 더 많이 나와 민주당 내부에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반대표(138표)는 민주당 의석(169석)보다 훨씬 적었다. 민주당에서 최소 31표가 이탈한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투표 이후 민주당의 분위기는 어떨까?

체포동의안

국회의원은 헌법에 의해 국회 회기 중 체포되지 않을 권리(불체포특권)을 가진다. 국회에서 검찰이 제출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만 체포가 가능하다. 한편 이번에 표결에 올린 체포동의안은 이재명 대표를 곧바로 구속한다는 내용이 아니라,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위한 심문을 요청하는 영장실질검사를 요청하는 것이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 위해선 출석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이번 표결은 총 297표에서 찬성이 139표, 반대가 138표로 찬성이 더 많았지만, 과반수인 149표에 이르지 못해 부결됐다.

누가 이탈표를 던졌는지, 왜 그랬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무기명 투표이기 때문이다. 다만 표결 결과에 대해 의원들은 제각각 해석을 내놨다.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민주당 친명계 의원들은 이번 이탈표가 비명계의 권력 투쟁이라고 보고 있다. 당 대표를 교체해 당권과 공천권을 가져오기 위한 목적으로 사전에 계획했다는 것이다. 친명계 의원 중 한 사람인 김남국 의원은 비명계가 “조직적으로 표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친명계는 이탈표를 던진 사람들이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반대 의견을 내지 않다가, 표결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 사이에서는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해 차기 총선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비명계 의원들은 표결을 통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신이 드러났다고 본다.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투표하자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표시됐다는 거다. 이들은 체포동의안 부결로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방탄’ 보호한다는 프레임에 들어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탈표를 던진 의원을 색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를 공격해 온 국민의힘은 이번 표결 결과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격의 정당성이 커졌다고 여긴다. 이 대표의 혐의가 분명하기에 양심에 따라 이탈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이 나왔다는 논리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결과가 이재명 대표에게 “정치적 사망선고”라 표현했다. 체포동의안이 사실상 가결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의 미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긴 했지만, 이탈표가 많이 나온 만큼 이재명 대표는 리더십에 큰 손상을 입었다. 이에 당 대표직 유지에 결단이 내려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동안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검찰의 탄압이 있더라도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직을 계속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표결 이후 비명계에서 사퇴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친명계에서는 이 대표 재신임을 전 당원 투표로 묻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당원 주류는 이 대표 지지층이기 때문에, 대표직을 유지한다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즉 투표 결과를 통해 거취에 대한 논란을 없애려는 의도다. 한편 이재명 대표가 법원에 자진 출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표직을 지키면서 당당하게 대응해 당을 통합하자는 거다.

한편 이재명 대표 본인은 입장을 표명을 미뤄두고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앞으로의 이재명 수사

이번 체포동의안은 부결됐지만, 2차 체포동의안이 상정될 수도 있다. 검찰이 이번 구속영장에서 언급하지 않은 다른 혐의로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2차 체포동의안이 상정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를 두고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친명계 는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투표를 의원들의 자율에 맡긴 결과 이탈표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표결 자체를 보이콧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체포동의안 표결에는 재적 의원 과반의 출석이 필요한데, 민주당 의원 전원이 표결에 출석하지 않으면 표결이 성사될 수 없다. 반면 비명계는 길어지는 ‘방탄’ 논란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 우려된다며 반발했다.

에디터 나무🌳

윤 대통령, 3.1절 기념사 논란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가 논쟁을 불러왔다. 역대 기념사와 달리 일본과의 과거사를 언급하지 않았고, 현재 일본과 협의 중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도 거론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은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라는 메시지가 기념사의 중심이었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 해결을 사실상 거부하는 상황인데도 일방적인 협력을 강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장 논란이 된 건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발언이다. 식민 지배의 책임을 한국에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 반도체법, 기준이 너무해

미국 정부가 일명 반도체법을 발표했다. 미국 반도체 공장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 25%, 반도체 시설 건립 및 연구개발에 53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안이다. 한국 기업들도 나서려 하지만 기준이 까다로워 곤란해 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조항은 ▲미국산 자재 사용, ▲사내 어린이집 운영, ▲초과이익 공유제(예상 수익 초과분을 미국 정부가 가져감), ▲기업 회계장부 공개, ▲가드레일(지원금 지급 이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금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심사 기준을 꼼꼼히 검토하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단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 기업 경영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는 사항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 선거제 개혁 시동, 전원위원회 등장?

여야가 선거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오는 27일부터 2주 동안 열 계획이다. 전원위 개최는 2004년 ‘국군부대의 이라크 전쟁 파견 연장 동의안’ 논의 이후 19년 만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내년 총선 전 선거법을 바꾸기 위해 4월 말 본회의 의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순조롭게 합의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권역별로 인구 수에 비례해 의원 수를 정해놓고, 정당 투표율에 따라 의석 배정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에는 여야가 동의하지만, 비례대표 의원 수와 의원정수 확대 문제를 놓고선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