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하태경으로 일하면서 가장 뿌듯하셨던 일이 있다면?
제 정치 경력은 크게 1기, 2기로 나눌 수 있어요. 1기의 뿌듯했던 일은 통진당 해산에 앞장 선 거예요. 결국 통진당은 해산됐죠. 1기와 2기 중간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건이 있고, 바른정당·바른미래당에서 제3당 활동을 하던 과도기가 있어요. 이때 보수의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느꼈고, 새로운 보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될지 치열한 고민이 있었죠. 그때 고민을 함께 한 사람이 이준석이고요. 고민하며 시행착오를 많이 거쳤어요.
그래서 내린 결론이 2030에게 집중을 해야 된다는 거였죠. 2030 세대가 희망찬 미래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억압받고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했죠. 기존의 윗세대와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특징이 있고요. 그래서 이 세대를 적극적으로 대변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죠.
사실은 2030 세대와는 나이 차이가 제법 있는데, 청년 세대를 대변하는 보수 정치인을 지향하고 계시잖아요? 2030 세대가 원하는 정치적 의제를 포착하는 방법이 있나요?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관찰했죠. 처음에는 2030 세대의 새로운 특징이 무엇인지, 그 깊이도 잘 몰랐어요. 저도 생물학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니까요. 제가 사과문도 여러 번 썼던 일인데, 2019년에 중요한 국방 의제 중 하나가 일과 후 휴대폰 사용 허용이었어요. 당시에는 ‘게임은 마약’ 이런 인식이 강했잖아요? 저에게도 '휴대폰을 허용하면 애들이 맨날 게임, 주식만 하고 군대 내의 사진 올릴 거다, 그래서 군대가 당나라 군대가 된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어요.
여기에 2030 세대가 격렬하게 저항했어요. 그때 우리 딸이 저에게 ‘아빠에겐 휴대폰이 문명의 이기지만 우리 세대에겐 내 몸의 일부다. 휴대폰을 금지한 건 사람 손발을 자른 거랑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2030 세대에게 있어 휴대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며 입장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휴대폰을 허용하니 자살률이 뚝 떨어졌어요. 군에서 가장 큰 자살 원인이 고립감인데, 휴대폰이 생기니 고립감이 해소가 된 거죠. 아마 제가 결사 반대했으면 안 됐을 거예요. 내가 반대하지 않아서 청년들이 더 안전해지고 삶의 의미를 찾게 된 것에 대해 굉장히 뿌듯했죠.
최근에는 또 관심을 많이 두고 있는 의제가 있는지 궁금해요. 좀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는데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느끼시는 이슈가 있으신지.
2030세대는 한 이슈로 움직일 수 있는 세대가 아니에요. 과거 586의 이슈는 민족, 계급 문제였어요. 미국, 북한 문제, 노동 문제가 주 관심사였죠. 더 이전 세대는 반공, 경제 성장 두 개였고요. 지금의 2030을 포괄하는 지배적인 이슈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세부적으로 많이 공부를 해야 돼요. 예를 들어서 젠더, 게임, 아이돌, 인터넷 방송, 웹툰 그런 문제들이요. 또 어떤 이슈에 머물러 있는 시간대가 짧아요. 빨리 변하는 만큼 계속 새로운 걸 공부하고 발굴하는 노력을 해야 돼요. 그래서 ‘눈팅’을 많이 해요. DC인사이드나 에펨코리아 같은 여러 가지 커뮤니티 있잖아요.
최근에는 저출산에 관심이 많아요.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이 있긴 한데 너무 빠르거든요. 청년들이 결혼 안 하고, 아이 안 낳는 것에 대한 해법을 많이 고민해요. 최근에 관심있게 보기 시작한 것은 국제 결혼인데, 국제 결혼한 청년들은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더라고요. 그리고 2030만 해도 순혈주의 같은 고루한 생각을 안 하잖아요. 국제 결혼 문제를 어떻게 국정 아젠다화 할 수 있을까 고민을 좀 하고 있습니다.
인권 분야에 대해서 활동을 열심히 해 오셨잖아요? 지금 국회인권포럼 대표의원도 맡고 계시고요. 우리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도 굉장히 다양해지고 있는데 여전히 이주민에 대해 배타적인 사회 분위기를 보게 됩니다. 이를 어떻게 접근해야 될까요?
우리가 난민이나 이민에 대해서 좀 배타적이죠. 유럽 사회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건 연착륙이 좀 필요한 이슈예요. 이민 안에 폭력적이고 극단적이고 반민주적인 요소가 있으니, 이를 여과하면서 받아들여야 돼요. 우리나라는 테러에서는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나라잖아요? 이슬람을 보면 테러를 신에 대한 자기의 신앙심을 보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민자들이 사회에 제대로 융화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소양을 가지는 거란 말이죠. 그런데 유럽은 이민, 난민을 너무 급진적으로 받았고, 이민자들이 화학적으로 융화되지 않은 채로 따로 살고 있으니, 그 안에 국가가 두 개인 거예요. 그러니 극우와 극좌가 심해지고요.
우리도 받아들이기는 해야 돼요. 지금 인구가 너무 급격히 줄어들고 있거든요. 다만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해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해요. 최근에 보면 이슬람 사원 반대하는 운동도 있잖아요. 사람들이 걱정이 되는 거죠. 우리 사회가 우리랑 완전히 이질적인 요소들을 앞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지 사회적 공론이 충분히 만들어져 있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이민이 우리 대한민국에 끼치는 영향, 우리 사회에 화학적으로 융합되는 과정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공론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콩 민주화 운동 시위대 지지 성명을 발표했고 이란 여성 인권 시위 관련 결의안에도 참여하셨어요. 국제적인 연대 자체에 되게 적극적이신데,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우리 세대에서는 상대적으로 국제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중국에서 3년 간 유학하면서 다양한 나라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북한 인권 운동하면서도 인권 운동, 민주화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국제회의에서 이란, 미얀마, 중국 등지에서 온 사람들과 교류를 많이 했었죠. 그러면서 이란이나 중국 같은 나라를 인권·민주화 시각에서 보게 됐어요.
저는 한국 정치가 너무 국내 이슈에 매몰돼 있다고 생각해요. 이란 문제 같은 경우는 한국 국회가 관심이 적은 것 같아서 아쉽죠. 미얀마, 우크라이나 문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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