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되기 전에 정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셨나요?
저는 정치가 자신의 삶을 긍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경제적 자원을 배분하는 일은 정치뿐만 아니라 기업도 할 수 있어요. 더 잘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스스로 인생을 긍정할 수 있게 해주는 건 정치만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저는 임대 아파트에서 자랐는데요. 제가 성남시장으로 당선됐다면 임대 아파트 출신에 대한 차별에 대해 메시지를 낼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불량한 청소년들이 자랄 것 같고, 지저분하고 범죄자들이 많이 살 것 같고… 그런 편견을 넘어설 수 있게요. (저의 출마를 통해) 임대 아파트에서 자라는 청소년들도 스스로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 ‘나도 93만 도시의 시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해요.
정치인들의 당사자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네.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절반은 된다고 생각해요. 임대 아파트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 제가 이제 20살 무렵에 아버지 사업이 망하고 집안이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계속 이사를 다녔거든요. 너무 고통스러운 거예요. 저는 대학 가면 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사실 그것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 분들도 세상에 많지만 당시의 저는 너무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아빠 사업이 망하는 데 있어서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엄마는 우울증에 걸리셨고, 엄마가 잘못되진 않을까 걱정하며 사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근데 엄마가 친구 분의 권유로 넣으신 임대 아파트 청약이 당첨된 거예요. 당장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자유로워지니까 한 1년 만에 가족들이 안정을 찾더라고요. 그때 알게 됐죠. 정치라는 게 사람들이 양복 입고 싸우는 일이 아니라는 걸요. 사람이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불행을 겪을 수 있잖아요. 그게 내 탓이 아닐 수도 있고, 내 잘못이라도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정책이라는 버팀목을 여기저기 놓아두는 멋진 일이 정치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군요. 피키캐스트, 타다 등 스타트업에서 일하셨는데요. 이러한 선택도 정치와 연관된 부분이 있었을까요?
20대 초중반부터 언젠가 선출직 정치인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어요. 다만 정당 활동을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하기보다, 필요한 기술을 기를 수 있는 영역에서 돈도 벌고 경력을 쌓으면서 빠르면 50대 초반쯤 선출직에 도전해볼 계획이었어요. 정치권 밖에서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당시의 관심사 중 하나는 정보를 사분면으로 나누는 것이었어요. 기준은 두 가지, 중요성과 재미입니다. 재미가 있고 중요한 정보, 재미가 없고 중요하지 않은 정보, 재미는 있는데 중요하지 않은 정보, 중요한데 재미가 없는 정보를 나눠봤는데요. 많은 문제들이 중요한데 재미가 없는 정보의 유통량이 적어서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중요한데 재미없는 정보를 재미있고 중요한 정보의 사분면으로 옮기는 기술을 갖고 싶었어요. 그래서 피키캐스트에 간 거였어요.
선출직 정치인이 되는 게 목표긴 했지만 무서웠어요.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일이니까요. 당시 저는 국회 보좌진도 불안정한 일자리라고 생각했거든요. 제 대학 친구들은 주로 금융공기업 같이 안정적이고 돈도 많이 버는 진로에 관심이 있었어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 경력을 쌓다가 나중에 기회가 오면 정치를 하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배가 고파도 무조건 정치를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안전한 진로 중에서도 내가 관심 있는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가질 수 있는 진로를 찾다 보니 방송 PD, 미디어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이후엔 서울시 박원순 전 시장 팀에서 일하셨어요. 어떤 일을 하셨고, 어떻게 합류하셨나요?
저는 서울시장 연설문 작성 팀에서 일했어요.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메시지나 디지털 콘텐츠 기획을 담당했는데요. 일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어요. 신문사에서 인턴을 하면서 알게 된 정치인들이 있었는데 그중 한 분이 당시 서울시 정무부시장실 정무보좌관으로 계셨어요. 그분이 수행비서관 자리가 비었는데 두 달 정도 일할 생각이 있냐고 제안하셨어요. 두 달 후에 연설팀에서 인선을 하게 돼 면접을 봤고, 그 길로 2년 정도 일하게 됐어요.
지금은 민주당 소속으로 일하고 계신데요. 민주당에 입당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6년에는 당적은 없었지만 금태섭 전 의원님의 선거 캠프에 참여했어요. 2018년 4월 말에 서울시장 비서실을 그만두고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 캠프로 가면서 입당했어요. 비서실 직원들이 대체로 선거운동을 함께하거든요. 그런데 공무원 신분으로는 정당 가입, 선거운동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사직을 하고 선거캠프로 가면서 바로 당원이 됐죠.
이후론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작년부터 지역위원회에서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하고,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민주당 그린벨트를 만들고,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했죠. 제 또래의 활동가들이 해온 활동은 대체로 둘 중 하나에요. 첫 번째는 전국 대학생위원회 또는 전국 청년위원회 활동이고, 두 번째는 지역위원회 활동이에요. 저는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경우죠.
정당이라는 조직보다 거기 소속돼 있는 인물들을 보고 들어가신 거네요. 주로 어떤 정치인들에게 끌리셨나요?
말을 바꾸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추구하면서도, 언제나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치인들을 존경합니다.
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저는 더불어민주당이 세금을 더 내게 되더라도 어려운 입장에 있는 이웃들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정당 활동을 활발하게 하기 전엔 민주당이라고 하면 국회의원, 대통령, 대선 후보 이런 사람들만 생각했어요. 그런 사람들 중에서는 멋진 모습보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많죠.
그런데 지난 대선 때 지역위원회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자기에게 보상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이 지역위원회에 많이 있어요. 그런 분들은 평소에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세요. 독거 노인들에게 반찬을 배달한다든지요. 이 분들은 이걸 통해서 공천을 받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냥 이웃들과 어울리면서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은 거예요. 그런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키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분들이 쌓아올린 자산을 함부로 낭비하는, 잘못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부각되고 더 큰 권한을 갖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