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관련된 일을 하기 전엔 정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셨나요?
제가 고향이 광주예요. 광주에서 2030 친구들의 세대가 5.18 민주화 운동을 겪으셨던 분들의 자녀 세대에요. 그리고 저희 아버지 같은 경우도 5.18을 겪고 김영삼 대통령 전까지는 5.18이라는 단어가 금기시됐어요. 광주 안에서만 구두로 역사를 전달해서 저는 그 이야기에 익숙해져 있었거든요.
이러한 사실은 내면화하고 있었지만 ‘내가 남들에 비해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는 인식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걸 깨닫게 된 계기는 대만 유학이었어요. 대만에 가니 중국에서 천안문 시위를 주도했다 망명한 분들이 많았는데, 그 중 대표적으로 활동했던 왕단 교수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어요. 천안문 시위에 참여했던 분들께 한국의 ‘광주 민주화 운동’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왕단 교수께 제가 광주사람이라고 하자 매우 반가워하시며 신기해하셨어요.
정치권에 들어가게 된 건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어요. 유학 중 송영길 전 대표가 제가 다니던 학교에 방문학자로 대만에 왔었어요. 당시 조교로 송영길 전 대표를 돕게 되었고, 그렇게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송영길 의원실에 들어가면서 정치에 입문하게 됐어요. 그 전까진 국내 정치를 잘 몰랐어요.
대만 유학을 하시게 된 것도 정치와 관계가 있나요?
전혀 상관없어요. 그냥 중국어를 배워야겠다 하고 갔어요. 근데 이런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옛날에는 정치인이라고 하면 뭔가 서사를 가지고 등장을 했잖아요. 가령 586 세대는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인 서사를 가지고 등장하며, 그 서사를 정치 시작한 계기로 멋지게 풀어내시죠. 하지만 우리 세대는 사회적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기에, 그보다는 사소하고 개인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서사를 가지고 들어와요. 우연히,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거죠.
국내보다는 국제 연대, 인권 활동 등 국제적인 사안을 중심으로 활동해오셨어요. 국제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국제 연대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조슈아 웡과의 교류에요. 조슈아 웡이 홍콩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인터뷰를 많이 했어요. 언론 보도부터 간담회 진행까지 조슈아 웡을 많이 도와주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바로 두 달 후에 태국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어요. 조슈아 웡이랑 태국 민주화 운동가들이 친분이 있어서 저도 연결이 됐고, 이어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 관해서도 활동하게 됐어요.
제가 조슈아 웡을 보면서 생각하게 된 건 젊은 스피커들의 역할이에요. 지금 90~00년대생들이 세계적인 아젠다를 끌고 가는 경우가 많아요. 난민, 여성 인권, 기후 위기 등의 의제를 이들이 끌고 가고 있어요. 그리고 청년 스피커들이 각자의 아젠다들을 서로 공유하고 연대하고 있는 게 세계적인 흐름이에요. 그레타 툰베리가 홍콩 민주화 운동과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서 얘기해요. 조슈아 웡도 기후 위기에 대해 말하고요.
국제 연대를 왜 우리나라에서 해야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아시아의 2030에게는 한류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거든요. 조슈아 웡한테 한국 민주화에 대해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냐고 물어보면 책을 읽거나 공부를 했다고 답하지 않아요. 넷플릭스에서 영화 <택시 운전사>와 <1987>을 봤다는 거예요. 태국, 미얀마, 홍콩 모두 그래요. 페이스북이든 인스타든 가장 활성화가 잘 돼 있고 팔로워가 10만 명이 넘는 계정들은 한류 계정이에요. 근데 태국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면 그 계정들이 갑자기 바뀌어요. 한국 민주화 운동 역사에 대해서 웹 자보를 만들어 올려요. 아시아의 많은 친구들이 한국 민주화의 역사를 성공적인 민주화 운동의 사례로 기억하고 있어요. 한류의 소프트 파워로 민주주의와 문화예술이 맞닿아 있을 때 우리나라가 앞장서서 연대를 해야 된다고 봐요.
국제 연대 활동은 ‘시민활동가’로서 참여해오셨잖아요. 정치와 시민활동은 어떻게 연결되나요?
우리나라는 시민단체와 제도권 정치가 따로 가고 있어요. 독일 같은 경우는 시민 단체를 정치 단체라고 해요. 반면 우리에겐 정치적 중립에 대한 강박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제가 이런 모든 국제 연대 활동을 했을 때 시민 활동가들이 정치 활동을 겸해서 하고 있다고 하면 (국내에서는) 조금 부담감을 느끼세요. 뭔가 정치적으로 선호하면 안 될 것 같고.
그런데 시민활동을 하더라도 제도권과 호흡을 해야지 세상이 바뀔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미얀마 사람이 미얀마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자 만료가 되면 불법 체류자가 되는 거예요. 이 사안은 시민 활동가들이 기자회견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법무부에서 조치를 취해야 실질적으로 해결돼요. 시민활동과 제도권에 사이에 거리가 있고 신뢰가 없으면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