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지하철 파업: 이유, 관점, 해결책

정신없는 출근길, 다음 주부터는 더 부지런히 나서야겠습니다. 12월 5·6일부터 철도와 지하철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거든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철도노조와 서울교통공사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가 참여합니다. 학교의 급식·돌봄 노동자들이 소속된 전국교육공무직본부도 공동파업에 나설 거라고 해요.

‘벌써부터 출퇴근길 혼란하던데?’라고 느끼셨다면 맞아요. 철도노조와 서울 지하철을 담당하는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이번달 중순부터 준법투쟁을 진행 중이거든요.

관련해 재난문자를 받아본 분들도 있을 거에요. 코레일은 지난 17일 “철도노조 태업으로 일부 전동열차가 지연운행 중”이라며 재난문자를 보냈어요. 이에 ‘태업’이 적절한 표현인지를 두고 논쟁이 있기도 했습니다. 단어 하나를 두고 왜 갈등이 벌어진 걸까요?

이번 파업의 이유와 파업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들을 정리해봤어요.

준법투쟁? 태업?

준법투쟁과 태업을 구분하려면 우선 쟁의행위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쟁의행위: 노사 분쟁 상황에서 노조 측이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

파업과 태업은 명시적인 쟁의행위입니다. 그러나 준법투쟁이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려요.

태업: 노조가 고의로 불성실 근무를 함으로써 업무능률을 저하시키는 행위
준법투쟁: 회사가 만든 규정을 철저히 지켜서 능률을 저하시키는 행위

1️⃣준법투쟁이 쟁의행위라고 보는 쪽은 준법투쟁이 관행 상의 평상시 운영을 저해한다면 쟁의행위라고 해석하고, 2️⃣쟁의행위가 아니라고 보는 쪽은 준법투쟁이 정당한 권리행사일 뿐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해석합니다.

이번 파업의 경우, 노조 측은 안전지침을 지키는 준법투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전에도 파업 전이면 예고 차원에서 준법투쟁을 늘 해왔어요.

🗨️철도노조가 준법투쟁에서 준수한 지침: 승객 승하차 확인 철저히 하기, 휴게시간 지키기, 3인 이하 차상작업 금지, 사다리 2인1조 작업, 정차시간 지키기, 운전 중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 이용하기 등

사측은 안전보건 규정을 필요 이상으로 지키는 것도 불성실한 근무이므로 태업이라는 입장이에요.

왜 파업을 하는 거지?

👷노조 요구사항

인력 충원: 사측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어요. 코레일은 1566명, 서울교통공사는 22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인력 부족은 안전 문제와 직결됩니다. 올해에만 철도사업장에서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어요.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서울 2호선이 계획 중인 1인 승무제 철회를 요구해요. 기관사 1명이 지하철 운행, 출입문과 승객 관리, 안내 방송을 모두 담당하는 건데요. 현재는 2명이 운행하고 있습니다. 2호선은 서울에서도 승객이 가장 많은 노선인데, 1인 승무제를 도입하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지하철 노조의 주장이에요.

철도노조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9개 노선이 새로 개통하는 만큼 안전 인력이 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임금 인상: 철도노조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기본급 인상(2.5%)를 요구했지만, 코레일은 거부했어요. 서울교통공사 노조도 비슷한 상황이에요.
외주화 중단: 공사는 부족한 인력은 외주로 해결할 예정입니다. 코레일의 경우 이번에 개통한 서해선 전기 업무를 자회사에 위탁했어요. 노조 측은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가장 큰 전기 업무를 전문성이 떨어지는 계약직에게 맡기면 위험하다고 주장해요.

🏢 공사는 적자

사측은 적자 해결을 위해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에요. 코레일은 지난해 기준 부채 규모가 20조원이 넘었고, 서울교통공사도 올해 누적 적자가 18조원이 넘어요.
정부도 사측과 같은 입장입니다. 2022년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서 구조조정을 적극 권장했어요.

그럼 적자는 어떻게 해결하지?

결국 적자 해결이 노사 갈등의 핵심입니다. 노조 측은 적자를 해소한다고 안전을 위협해선 안된다는 입장이고, 공사는 당장 손댈 수 있는 게 인건비와 유지보수비라는 입장이죠. 다른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 요금 인상?

철도·지하철 요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에 비해 저렴한 편입니다. 철도 운임의 경우 13년째 동결이에요.
이에 요금을 현실화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면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어서 쉽게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모두 정부에 요금 인상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 무임승차가 문제?

고령화로 지하철 무임승차 승객은 늘어날 전망입니다. 노인 무임승차를 시행한 1984년엔 65세 이상 승객이 전체 승객의 5% 정도였지만, 현재는 15% 이상이에요. 앞으로 무임승차 비중은 더 높아질 겁니다.
정부는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보전해주지 않습니다. 철도와 달리 특정 지역 주민에게만 편의를 준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서울 지하철 무임 승객에게 요금을 받았다면 서울교통공사 적자를 상당히 해결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에 정부가 지하철의 무임승차 손실을 지원하거나, 무임승차 연령을 올려야 한다는 제안이 나와요. 단순히 무임승차 폐지를 주장하긴 어렵습니다. 노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겨선 안되고, 노인들의 외부활동 증가로 인한 사회적 이득도 있기 때문이죠.

✅ 대중교통 이용자를 늘리자?

기후위기 대응을 고려해서라도 대중교통 이용자를 늘리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려면 오히려 요금을 더 낮추고, 승용차 이용을 제한해야 하는데요.
버스의 경우 지방 정부에서 전면 무료화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대중교통 운영을 완전히 책임지는 것이죠. 해외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유의미한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당장 재정부담이 크다는 문제가 있어요. 대중교통 이용자를 확실히 늘리는 것이 중요하기에 섬세한 정책 설계가 필요한 방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