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명태균의 통화, 탄핵이 될까?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어요. 더불어민주당이 입수해 어제 발표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에게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서 들고 왔길래,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좀 해줘라”라고 말하는 내용입니다.

통화가 이뤄진 날짜는 2022년 5월 9일인데요. 윤 대통령 취임과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하루 전입니다.

녹취록 발표를 시작으로, 11월이 정국의 분기점이 될 거란 예측이 나와요. 김건희 특검법 표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판결, 미국 대선까지 굵직한 이슈를 앞두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명태균을 중심으로 한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입니다.

정말 이번 녹취록이 탄핵 정국으로 가는 문을 연 걸까요?

대통령의 선거개입

선거법에 따르면 공무원과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개입해서는 안됩니다. 대통령도 조항의 적용 대상에 포함됩니다.

2004년 한나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한 것도 이 조항에 따른 것입니다.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발언 때문이었는데요.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중대한 잘못이 아니라며 기각했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 2016년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친박근혜 의원들이 공천을 받도록 지시하고 지역구를 선정했어요. 당시 박근혜를 기소한 검사가 윤석열 대통령이었습니다.

두 대통령에 대한 판결이 갈린 것은 법원이 ‘단순한 의견 개진’과 '능동적 의견 개진’을 구분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도 당원이기 때문에 선거에 대한 단순 의견 개진은 할 수 있지만, 뚜렷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계획적, 능동적으로 개입한 것은 정치적 중립 의무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봤어요.

대통령실 해명은 어때?

대통령실은 심각한 이슈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당선 후 몰려든 축하 전화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고,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다.

명태균이 김영선 공천을 계속 얘기하니 ‘잘 해보겠다’고 좋게 얘기한 것 뿐, 그에 따른 조치는 하지 않았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 공천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적은 없다.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 당 대표와 윤상현 공관위원장이었다.

전화 통화 당시 윤석열의 신분은 대통령 당선인이었다. 취임 후에는 명태균과 통화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의 이번 해명에는 두 가지 쟁점이 있습니다.

1️⃣대통령 당선인에겐 정치적 중립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임기 시작 전인 당선인은 공무원은 아니지만,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에는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공천 발표는 임기 중(22년 5월 10일)에 일어났습니다.

2️⃣기존 해명과 맞지 않습니다. 10월 초 대통령실은 대선 경선 이후 명태균과 연락한 기억이 없다며 명태균과의 관계를 부인했어요. 그런데 당선 직후 연락을 했다는 증거가 나온 겁니다.

그렇다면 취임 후 연락 여부도 제대로 밝혀볼 필요가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가 필요한 지점인데요.

검찰은 명태균 수사에 소극적입니다. 지난 12월부터 수사를 시작했지만 올 9월에야 압수수색에 나섰고, 이번 녹취록이 나온지 2시간 만에 추가 압수수색을 하는 등 ‘뒷북 압수수색’을 반복하고 있어요.

검찰 소환 조사도 아직 없었습니다.

민주당이 취임 후 연락 자료를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추후 추가 녹취록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고, 그중 장관 임명에 대한 내용도 있다고 얘기했어요.

수사 의뢰 절차는 아직 검토 중입니다. 녹취록의 제공자는 민주당이 보호하고 있습니다. 명태균은 자신의 전 운전기사가 몰래 녹음한 것이라고 추측했어요

대통령실 입장문에 언급된 이준석 의원도 추가 해명에 나섰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공관위에서 보고를 받는 줄 몰랐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자신이 공천의 최고 결정권자가 아니었다고 얘기했어요.

이준석 의원의 해명대로라면 당 대표이면서도 공천을 관리하지 못한 실책을 인정하는 것이 됩니다. 반대로 김영선 공천에 결정권을 행사했음을 인정하면 명태균과의 관계를 부인하기가 어려워집니다.

탄핵을 할 수도 있다는 거야?

국민의힘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지만, 위험한 신호로 감지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침묵하고 있어요. 사안을 다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권성동 의원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탄핵 사유가 안 된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탄핵전야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고 밝혔어요. 더불어 윤 대통령이 무너지면 보수 진영이 붕괴한다며 탄핵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렇듯 탄핵 국면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게 여당의 목표지만, 취임 후 녹취록 등 확실한 증거가 나오면 한동훈 대표를 중심으로 분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주당은 탄핵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만 언급했어요.

민주당이 조심스러운 것은 탄핵이 쉽게 추진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두 번의 탄핵은 필연적으로 국민의 분열을 심화시킵니다. 해외에서 한국의 정치적 안정성을 낮게 평가해 외교적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다수당이기 때문에, 지도부에서 탄핵을 언급하면 곧장 영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을 기각할 경우 민주당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도 있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조국혁신당 의원들과 함께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추진하고 있어요. 헌법 개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임기를 2년 줄이자는 겁니다. 탄핵은 명확한 사유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법적 논쟁을 거쳐야만 합니다. 헌법재판소가 판단하기 때문에 국민이 참여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개헌은 국민 투표로 하기 때문에, 국민이 직접 결정할 수 있습니다.

보다 강경한 입장의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동참을 요구하면서 탄핵을 주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