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님 없는 잔치, 민주당 전당대회

✊ 이런 클러버들은 특히 주목!

☑️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당원들마저도 시큰둥했다던데 왜 그런 건지 이유가 궁금한 사람

☑️ 전당대회라는 이벤트를 중심으로 근미래의 민주당과 한국 정치가 어떻게 흘러갈지 크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

지금 상황 알아보기

민주당 전당대회가 진행 중이다. 전당대회란 정당이 개최하는 전국적인 대의원 회의로, 당의 중요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행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대표·최고위원 선거다. 당대표 후보는 이재명 의원과 박용진 의원 두 명이다. 최고위원은 8명의 후보 중 5명을 뽑게 된다.

선거는 한 달 동안 전국 순회 경선을 거쳐 28일 전당대회 당일에 전체 투표 합산 결과가 공개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선거인단 구성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국민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다. 순회경선은 27일 수도권 투표만을 앞두고 있는데, 현재까지 나온 결과로는 이재명 의원의 득표율이 압도적이다. 최고위원 경선 역시 친명계 후보들이 유력한 상황이다.

알면 좋을 맥락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건...

민주당 전당대회, 왜 이렇게 관심이 안 가지?

민주당 전당대회는 '흥행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당원과 일반 국민들 할 것 없이 전당대회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건데. 단적으로 전당대회 투표율은 36%에 불과했다. 심지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의 투표율은 평균을 밑돌았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이처럼  뜨뜻미지근한 열기 속에 치러진 이유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표현에 집약돼있다. 출마자가 확정되기도 전부터 전당대회를 휩쓴 이재명 대세론이 왜 흥행실패로 이어진 건지 까닭을 살펴보자.

1. 경쟁 없는 선거는 흥미가 떨어진다.
   
   선거의 본질은 경쟁이다. 어느 한 사람이 당선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면 선거 과정에 관심 가질 유인도 약해진다. 게다가 '어대명'은 전당대회를 후보 간 비전 경쟁이 아닌 '친명 vs 비명' 구도로 이끌었다. 언론에서는 당대표 선거를 ‘이재명 vs 97세대(90학번, 70년대생)’의 대립 구도로 풀이했지만 정작 이들이 민주당의 혁신 방향에 있어 어떤 차별점을 갖는지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전당대회가 정책 논쟁의 장으로서 갖는 의미가 바랜 것이다.
   
   
2. 이재명이라는 인물이 주는 피로감이 크다.
   
   이재명 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 3개월 뒤에 치러진 지방∙재보궐선거에 연달아 출마했다. 흔치 않은 일이다. 민주당의 참패로 끝난 지방선거 이후에 그에 대한 책임론이 터져나왔지만, 이 의원은 또다시 당대표 선거에 나왔다. 두 출마 모두 명분은 ‘책임 정치’였다. 민주당을 승리로 이끄는 게 지난 패배에 진정으로 책임지는 행동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의 행보를 보면 진정성이 떨어진다. 이재명 의원은 자신에게 제기되는 당 내외부의 비판과 의혹(6월 지선에 박지현 전 비대위장에게 전화해 자신의 공천을 압박했다는 ‘셀프 공천’ 의혹이 대표적)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언론 때문에 저학력, 저소득층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식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패배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 적절치 못한 태도인 데다 빈곤층에 대한 혐오가 담겼다는 이유에서다. 이재명 의원이 내세우는 정치적 명분이 진정성을 얻지 못하는 와중에 그가 계속 정치 활동을 이어가는 상황 자체가 피로감을 만들었다.
   
   
3. 전당대회 전후로 민주당 쇄신 노력이 안 보였다.
   
   민주당은 선거에 연달아 지면서 반성과 쇄신을 외쳤지만 결과적으론 공허한 외침에 그쳤다. 대선 후 박지현 전 비대위장이 ‘내로남불’에 대한 반성을 담은 대국민 사과문과 쇄신안을 내놓자 여타 지도부 인사들이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선을 그은 게 대표적이다. 지선 이후엔 당권 장악을 두고 친문과 친명 세력 간 벌어진 계파 갈등에 휩싸였다. 게다가 민생 관련 법안이 산적해있는데도 원구성을 놓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이어져 국회가 53일 간 공전 상태로 머물렀다.

전당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성비위 사건에 대한 약한 처벌, ‘검수완박’ 일방적 추진 등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행보가 민주당을 민심으로부터 고립시켰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강하게 표출됐다. 일례로 '이재명 지키기'를 위한 당헌 개정이 쟁점화됐다. 민주당은 기소 시 당직이 정지된다는 내용이 담긴 당헌 개정을 추진했다가 ‘이재명 방탄용 개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개정을 철회한 바 있다. 최고위원 선거에 나온 ‘친명계’ 후보들도 이재명 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강성 지지층에 어필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처럼 쇄신 노력은 잘 보이지 않고 강성 지지층이 전당대회를 주도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면서 전당대회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사라졌다.

문제의 원인은 팬덤인 건가?

🧐 민주당이 겪고 있는 문제들에는 꼭 ‘팬덤’이 끼어있다. 사람들이 무엇을 하길래 자꾸만 문제라고 얘기되는 건가? 정치인에게 지지자가 있고,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는 건 사실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데도 지금 ‘팬덤’의 정치가 특히 문제시되는 이유는 뭘까?

정치에서 팬덤은 일반 지지자들과는 구분되는, 무조건적으로 특정 정치인을 옹호하는 극성 지지층을 지칭한다. 팬덤정치가 이슈가 된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사모’, 문재인 전 대통령은 속칭 ‘문빠’라는 팬덤을 가지고 있었다.

2022년에는 이재명 의원의 ‘개딸’과 ‘양아들’이라는 강력한 팬덤이 새롭게 등장했다. 대선 이후 민주당에 유입된 2030 여성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 의원의 팬덤은 급성장했다. 이들은 친명 vs 비명의 민주당 계파 갈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점차 ‘강성 지지층’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반명’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에게 집단 공격을 가하는 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팬덤정치와의 결별’이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이후 민주당의 팬덤정치는 대선부터 전당대회까지 민주당의 문제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현재 민주당의 문제가 ‘팬덤의 만행’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1. 팬덤의 강경한 의견 표출에 휘둘려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결정이 이뤄진다.
   
   일부에서는 특정 팬덤 역시 당원이니, 당의 주요한 의사 결정에서 이들의 의견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팬덤의 공격적인 의사 관철 방식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토론을 막는다. 물론 이들이 보내는 메시지 자체를 무시할 순 없다. 그러나 악성 댓글, 문자폭탄 같은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는 민주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2. 팬덤은 여론을 왜곡하고, 대중과 정당을 멀어지게 한다.
   
   전체 지지자 중 강성 지지층은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일반 지지자들보다 열성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팬덤의 주장이 마치 당의 여론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조직적으로 여론 왜곡에 나서기도 한다. 이들의 강경한 의견에 휘둘리면 대중은 당에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실제 여론과 부딪혀도 지지층의 요구를 따랐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잘못된 결정의 원인을 찾고 개선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강성 팬덤이 지지하는 세력이 득세하기 쉽도록 당의 문화 자체가 변화할 수밖에 없다.

한편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팬덤이 아닌 팬덤을 활용하는 정치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1. 정치인이 팬덤의 집결을 독려해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팬덤이 주는 혜택을 위해 팬덤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방관해왔다. 과도한 행위를 제재하는 메시지를 내지 않았고 심지어는 독려하기까지 했다. 이재명 의원은 지난 6월 지지자들과의 만남에서 “쓸데없이 과도한 표현을 하게 되면 오히려 상대의 반발심만 높이고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조금 더 포지티브(긍정적)하게 표현해 달라”는 메시지를 내며 팬덤을 자제시키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7월에는 공개적으로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을 비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설하고, 의원별 항의 문자 수를 집계하겠다는 구상을 냈다. 이 의원은 당내 직접 민주주의 확대를 위한 안이라고 했지만, 비명계에겐 강성 지지층을 앞세워 당내 비주류를 억압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2. 정치인이 팬덤에 기댈수록 책임 정치가 어려워진다.
   
   강성 팬덤의 의사를 관철시켜 주면서 입지를 다진 정치인에게 소신 있는 결정을 바라긴 어렵다. 이미 팬덤의 주장을 당론으로 만드는 데 일조해놓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팬덤의 압박에 못 이겼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보인다.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팬덤은 전문가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은 의미 있는 여론의 형성을 위해 토론의 장을 만들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의사 결정 과정부터 결과 평가까지 팬덤 탓만 하며 그 책임을 저버려선 안 된다.
   
   어느 정치인이든 팬덤은 존재할 수밖에 없고, 팬덤 자체를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만큼 해결책은 팬덤을 바라보는 정치인의 태도 변화와 당 내 질서 개선에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 확대를 의도한 당헌 개정이 부결된 사실은 강성 지지층과의 관계에서 민주당의 본질적인 쇄신을 바라는 당원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 담소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