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리 과천시의원 ©애증의 정치클럽
정치인 박주리의 핵심 의제는 기후위기죠. 관련해 어떤 사업을 추진하셨나요?
내년부터 다회용 포장컵 공유 시범 사업이 시작돼요. 추진하게 되어 기쁘면서도 이게 얼마나 비호감을 사는 사업인지 알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어요.
몇 년 전 명동에서도 이 사업을 했는데 비호감도가 너무 높아서 참여하는 카페 대상으로 불매운동이 있었어요. 보증금을 받으려면 법인카드로 결제할 수가 없는데, 명동에서 평일 낮에 커피 마시는 사람들은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직장인이잖아요. 커피는 법인카드로 사고 컵은 따로 결제해야 하니까, 성가셔서 그 카페에 안 가는 거죠.
수용도를 올리려면 결국 지자체가 부담을 가져가야 한다고 봐요. 귀찮음을 없애줘야 다회용기 쓰는 게 옳다는 인식도 생기는 거죠.
기후위기가 정치인이 다루기 참 힘든 의제인 것 같아요. 같이 불편하자고 설득해야 하잖아요.
그런 정치는 할 수 없어요. 과천시 탄소중립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제가 이렇게 말했어요. 시민들 죄책감 유발하는 말은 이제 그만하라고요. 대한민국 국민은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성실하게 분리배출을 잘해요. 시민이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은 이미 충분히 하고 있어요. 더 이상 그런 걸 요구하지 말고 지자체가, 정부가 할 일을 해야죠. 전기 플러그 뽑는 것보다 석탄 발전소를 빨리 끄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런 노력은 안 하면서 시민들에게 강요하면 안 돼요.
그래서 과천시가 할 일은, 곧 설립될 3기 신도시에 녹색 건축을 반영하는 거예요. 이건 과천시의 의지만으로는 할 수 없어요. LH와 국토부를 설득해야 해요. 그게 지자체의 역할이죠. 여기서 시민들에게 뭘 더 하라고 하는 건 오히려 환경 이슈에 대한 반감만 생기게 해요.
계획도 그만 세워야 해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계획 잘 세운 나라가 없어요. 안 지켜서 그렇죠. 이렇게 위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얘기를 하는 게 지방의회의 역할이에요. 공무원들도 계속 얘기하니까 감사하게도 좋은 마음으로 변화하더라고요.
저출산 역시 주요 의제로 가져가고 계시죠.
다자녀 정책이 청약 가점으로 작용하고, 신혼희망타운이 들어오면서 잠깐 과천시 출산율이 높아졌어요. 이게 지속되려면 육아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해요.
과천은 정말 면적이 작고 땅값이 비싼 동네라 모든 시설을 유치할 수는 없어요. 기반시설을 100% 다 갖추는 것보다 인적 자원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15년 전쯤 과천에 공동육아 문화가 있었어요. 엄마들이 스스로 품앗이 육아 체계를 형성했어요. 그런 문화적인 자산이 있고 도시 규모도 작으니 충분히 다시 이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청년 진입 장벽이 높다는 문제도 있어요. 땅값이 너무 높으니 청년들이 부모님과 살다가 내 집 마련을 할 시점에 과천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경기도의 청년 주거비 지원 사업이 있는데 과천은 그 예산이 항상 반환돼요. 사용 기준 금액에 맞는 전세가 없어서요.
더 나은 지방 정치를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지역 정치인의 마인드도 당연히 바뀌어야 하지만 유권자도 변해야 한다고 봐요. 내 삶을 직접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치는 지역 정치에요. 지역 정치인들에게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면 좋겠어요. 정치는 진보와 보수의 날개로 난다고 하지만, 저는 유권자와 정치인의 날개로 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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