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안이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이에 반박을 내놓았다. 오히려 서민층과 중소기업에 혜택이 가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근거를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1) 대기업의 법인세 인하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법인세를 낮춰 대기업의 성장을 장려해야 한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투자와 고용이 늘어 서민 경제도 좋아지는 낙수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관련된 산업에서 중소기업도 성장하게 된다. 실제로 법인세가 낮은 국가로 기업들이 몰리지 않나. 결국 대기업 감세는 서민들을 위한 것이다.’
2)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으로 서민들의 부담을 줄였다.
‘과표 구간 조정을 통해 가장 큰 감세 혜택을 보는 사람이 과표 5000만원대의 고소득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액수만 봤을 때의 해석이다. 과표 3000만원의 소득세는 8만원, 과표 1억원의 소득세는 54만원 감소하는데, 감소 비율을 따져보면 원래 내던 세금에서 전자는 27%, 후자는 5.4% 적은 세금을 낸다. 이렇게 보면 오히려 저소득자의 혜택이 크다.
게다가 가장 크게 늘린 과표 구간은 최하위 구간이다. 물가 상승에 맞춘 과표 구간 조정은 예전부터 진보·보수 할 것 없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이대로만 하면 잘 될 수 있을까?
🤔 정부가 말한 대로 민생 안정 효과가 있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확신이 안 선다. 다른 정권에서도 경기 활성화를 위해 감세 정책을 쓴 적이 있기야 하지만 그건 그때고,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지 않나?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인가?
이번 감세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는 여러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과 윤 정부의 다른 경제 정책 방향을 고려한 평가들을 위주로 훑어보자.
1) 낙수효과에 기대는 건 믿을 만한 해결책이 아니다.
실제 경제가 꼭 경제학 이론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낙수효과다. 많은 전문가들이 대기업의 성장이 반드시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투자는 다양한 조건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법인세 인하를 통해 성장을 이뤄냈다 하더라도, 다른 여건 때문에 투자나 고용이 망설여진다면 주주에게 현금을 배분하거나 자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등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돈을 쓸 수 있다. 낙수효과를 불신하는 학자들은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로 경기가 활성화되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2) 감세로 정부의 수입이 줄어들면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윤 정부는 세수가 줄어드는 만큼 정부의 ‘불필요한 개입’을 축소시켜 지출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로나19와 함께한 지난 3년을 생각해보면,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 정부의 유연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주요 국가들은 재정을 크게 확대하고 그간 엄격하게 적용해온 재정준칙을 수정했다.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이 겹친 복합적 경제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건 저소득층이다. 부채가 많은 중산층도 위험하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위기가 심화되기 전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준비해야 한다. 이는 결국 정부 지출이 필요한 문제인데, 감세로 정부 수입이 줄어들면 복지에 쓸 재정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코로나 재확산에 대한 대책까지 마련해야 하니 앞으로 돈 나갈 곳이 많은데, 감세와 정부 역할 축소가 적합한 해결책인지 의문이다.
3) 건전재정, 감세, 긴축재정, 민생 안정을 동시에 해낼 구체적인 방법이 안 보인다.
윤 정부가 두 달 간 발표한 경제정책 기조들을 한꺼번에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건전재정을 달성하기 위해 재정준칙으로 국가채무에 제한을 걸 예정이다. 이에 따라 빚을 줄이면서 재정을 운용하려면 세금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여야 한다.
문제는 앞서 서술했듯 지출이 필요한 일들이 갈수록 많아진다는 거다. 지출이 늘면 수입도 늘어야 재정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감세 정책에 따르면 당분간은 수입도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출을 하지 않으면 민생을 외면하는 모양새가 된다. 부채를 늘려서라도 민생에 필요한 지출을 하게 되면 건전재정이라는 목표에 모순된다.
이렇듯 정부가 내세운 목표들은 서로 부딪히는 지점이 있다. 아주 구체적인 해결책이 있어야만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데, 아직 정부의 확실한 입장은 발표되지 않았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어느 부문에서 구조조정을 감행할지도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절약이 늘 좋기만 할까?
🤔 이번 정부는 정부의 몸집과 씀씀이도 줄이고 세금도 이곳저곳에서 깎아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는 앞으로 복지 정책처럼 돈 들어갈 데가 늘어날 거니까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미래에 대해 상반된 얘기들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