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과정에서 국감 라이브와 의원실 아카이브를 뒤지며 우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몰랐던 국회의원이 정말 많다. 제 지식이 짧은 탓이겠지만, 언론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 국회의원은 그렇지 않은 국회의원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낯선 이름과 얼굴을 분주히 익히다 보니 그들의 관심사, 전략, 그리고 태도가 차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흔히 생각하는 국회의원의 스테레오 타입과 너무나 달랐습니다. 일을 잘 하는 방식도, 일을 못 하는 방식도 가지각색이었습니다. 국회의원의 수많은 업무 중 국감 질의만 두고 평가한 것이긴 하지만요.
정성을 들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갈렸습니다. 매일 언론에서 반복되는 이야기를 그대로 하는 의원이 있는 반면, 피감기관의 데이터를 샅샅이 뒤져 완전히 새로운 문제를 발견한 의원도 있었습니다. 통계 시스템의 허점을 찾고 데이터 자체가 없는 사각지대를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국감장에서 국회의원들은 동시대의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 직접 대안을 찾아 제시하고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실로 국민의 대표가, 선출된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사 찾기로 넘어가 보니, 제가 생각하기에 ‘잘 한’ 질의는 언론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의원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기사 한두 개가 있어도 자료를 그대로 옮긴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런 기사 아래에는 ‘맹탕 국감’을 헤드라인으로 뽑은 추천 기사가 자리했습니다. 늘상 성숙한 정치, 유능한 정치를 요구하면서 그런 정치를 찾지 않는 언론의 아이러니가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언론에 지겹게 나오는 이야기여도 좋은 질의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의원이 어떤 관점과 근거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정쟁 이슈도 내실 있는 사안, 출구가 있는 사안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런 질의도 언론에서 가장 자극적인 한 마디만 조각 내 흩뿌리면 갈등과 정치 혐오를 몰고 다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