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정당에 대한 무당층의 기대가 크진 않은데요. ‘어차피 합당할 것’이라는 불신이 있어요.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제3정당에 대한 회의감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어요. 우선 양당 구조에 사람들이 너무 익숙해져 있고, 제3정당이 생겨났다가 흡수된 사례들이 주는 부정적 인식이 있어요. 그리고 제3정당이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제3정당의 실력과 정체성은 미묘한 문제에요. 창당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내가 원하는 정치보다 무당층이 원하는 정치를 하고 싶어 해요. 여기서부터 실패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자기 비전을 분명히 하고 끝까지 지켜야 하는데, 타겟팅, 즉 유권자들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더 집중해요.
이번에 창당 과정을 보니까, 일단 사람이 모여요. 비전보다는 현실적인 세력화, 자립을 앞세우고 창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결국 다 대동소이한 거죠. 국회의원이 몇 명 돼야 한다, 그런 문제가 대두되면 거대 정당 속으로 흡수돼 버려요.
얼마 전 ‘한국의희망’ 대표직을 내려놓으셨는데요.
그런 행보가 경솔해 보일 수도 있는데, 앞에서 얘기했듯이 저는 자유인으로 살다 가고 싶어요. 내가 봤을 때 중요한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고 가야죠. 안철수 상임선대위원장 할 때 내가 생각했던 문제는 해결했다고 봐요. 그 뒤는 정치 전문가들이 할 일이고, 이번에도 창당을 하는 것까지가 저한테 의미 있어요. 그 당을 끌고 갈 정도의 리더십이 준비되지 않은 것 같고, 사단법인 이사장과 당대표를 같이 할 수 없다는 법적 문제도 있었어요. 저한텐 인재를 기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당대표직을 내려놓고 기본 학교로 돌아왔죠. ‘한국의희망’에서도 인재를 기르기 위해 정치학교를 기획했어요. 교육밖에 없어요.
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토론해 결정을 내리는 문화가 한국에 부족하다는 비판도 항상 나오는데요.
이념에 대한 지적 인식이 분명한 상태에서는 싸우는 것이 좋은 결과를 내요. 오리무중 상태에서 그냥 싸우면 역사적 진보가 일어나지 않고 생산성이 계속 떨어지는 거죠.
다만 다양성을 대하는 태도는 지적하고 싶어요. ‘꼰대’스러울 수도 있는데, 정치 영역에서 다양성은 이념, 비전의 다양성을 말하지 않아요. 방법의 다양성이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도달하는 방법의 차이가 있는 거지 다른 이데올로기를 말하는 건 다양성이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가 헌법을 통해 이 영토에서는 이런 이념을 갖자고 한 거예요. 개인이 사회주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는 거는 무관하지만 정치 영역 안에서는 제외시켜야죠.
최근엔 기술과 문화의 변화로 국가나 시민의 정의도 바뀌고 있는데요.
그래서 헌법이 중요하고 법이 중요한 거죠. 하지만 국가의 유지, 발전을 위해 무엇이 더 효과적이냐를 고려할 때는 다양한 정책적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봐요. 저는 대한민국이 사회주의 국가로도 바뀔 수도 있다고 봐요. 헌법이라는 것이 하늘이 내린 게 아니라 정치적 산물이니까요. 그 안에서 무엇이 우리 삶에 이로운가를 두고 정치 갈등을 하는 거죠.
정치의 희망이 있다면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우선 애증의 정치클럽처럼 희망을 써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웃음)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야 하고요.
젊은 정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정치 행위에 대한 열정보단 스스로 많이 생각해보고 많이 아는 거예요. 요즘 보면 어떻게 하면 기성정치에 빨리 적응할 것인가, 공천을 받을 것인가에만 관심이 있고 젊은 정치인으로서의 사명에 대한 지적 인식은 있어 보이지 않아요.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와 갈등을 빚을 때 승리하는 길은 딱 하나, 기성 정치인보다 나으면 됩니다. 더 매너를 갖추고, 더 많이 알고, 더 생각해서 세대교체를 이뤄야지 어떤 것도 압도하는 것이 없이 시간이 흘러 교체되면 역사가 진보하지 않을 거예요.
희망을 잃지 않으려면 자신을 궁금해하는 일을 열심히 해야 해요.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답이 안 나더라도 계속해서 물어야 해요. 이게 좋은 정치뿐만 아니라 모든 것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정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