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운영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엔 이상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가장 친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금지’라고 하니까요. 하지만 저의 경험을 돌아보니,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당장 애정클 팀 안에도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마주쳤다면 서로의 정체성을 소재로 한 멸칭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다릅니다. 그만큼 정치적 의견도 갈릴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의 대화는 종종 서로의 입장 차를 확인하는 것에 그칩니다. 합의하지 못하고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을 내세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언제나, 서로의 입장이 만들어지게 된 맥락을 읽게 됩니다. 이해는 하지 못하더라도 인정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합의의 선이 그어져 있곤 합니다.
돌이켜보면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같습니다. 상대의 존재를 끊임없이 물리적으로 인식하고, 공간에 베인 감정과 신뢰를 느꼈기에 부딪히면서도 서로를 베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정치 이야기는 금지’인 사회에서, 우리가 타인의 정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곳은 화면 뿐입니다. 이런 환경에선 정치는 곧 싸움이 되는 게 당연합니다. 물론 많은 상황에서 정치는 싸움이어야만 합니다. 부당한 권력을 비판하고, 나의 존엄과 권리를 인정받으려면 싸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정치를 싸움으로 볼 때, 문제 해결은 뒷전이 될 수 있습니다. ’woke’라는 표현을 소개하며 언급했듯, 손해를 보면서까지 상대를 이기려 하는 파괴적인 갈등만 이어지는 겁니다.
정치는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다룹니다. 그 중에는 자원순환처럼 모두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일도 있습니다. 이처럼 문제 해결의 필요성이 분명한 경우, 그 방법을 두고 치열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정치는 그 과정에 연루된 다양한 집단의 편익을 조정하거나, 가장 나은 해결책을 주장하기 위해 설득하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문제가 이 단계에서 다뤄집니다. (다음 주에 [쓸모있는 정치플리]에서 다룰 ‘통합놀이터’ 문제도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정치를 매개로 한 오프라인 만남을 확산시키는 게 우리 정치를 변화시키는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저에게도 애정클에서의 대화는 드문 경험이었습니다. 애정클이 구독자분들의 일상에 그런 장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전과의 만남을 통해 즐거운 고민이 더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