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핫이슈였던 간호법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반대 입장을 고수했던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만큼 의견차가 심한 사안인데요. 간호협회와 의사협회는 각각 ‘국민 건강’을 구호로 내세우며 찬반을 외쳐왔지만, 각 직업군의 이익을 대변할 뿐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간호법은 정말 우리 일상을 바꾸는 법안일까요?

병원이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살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 만성 질환이 있어 정기 검진과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간호협회는 이러한 지점에서 간호법이 ‘부모돌봄법’이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간호인력과 간호 업무에 관한 사항이 독자적인 법률, 간호법으로 제정됐습니다. 이전까지 관련 내용은 의료법을 통해 규정됐습니다.

간호법 제1조에 나오는 제정 목적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기존 의료법 규정과의 차이는 간호사의 활동 영역으로 지역사회를 추가한 것입니다.

간호사 처우 개선에 대한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을 의무로 명시했고, 인권침해 행위를 금지했습니다. 그러나 개선 조건, 위반 시 처벌 여부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빠져있습니다.

간호법의 내용을 보면 당장 일반 시민들의 생활이 바뀌는 법안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용이 크게 새로운 것도 아닙니다. 의료법에 있던 간호업무 관련 조항을 그대로 가져온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일반 시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라는 키워드가 중요합니다.

의료법 상 간호사는 방문 진료를 할 수 없습니다. 간호 업무를 의사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여도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방문간호제도가 있긴 하지만 지자체 사업으로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역시 의료법 때문에 채혈, 혈압 체크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이에 고령화 시대에는 방문 진료를 활성화한 지역사회 기반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간호법은 이를 위한 기반으로서 제정됐습니다. 일단 간호법을 따로 두면 하위법령 입안이나 법 개정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호법은 2021년 국민의힘 최연숙, 서정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각각 발의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제정안은 세 안을 조정한 대안입니다. 최연숙 의원은 간호사 출신으로, 국민의당 의원이었으나 국힘-국민의당 합당으로 소속이 바뀌었습니다.

간호법은 대선 당시 여야의 공통 공약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공약집에는 간호법을 포함하지 않았지만 당시 간호협회와의 간담회에서 ‘간호협회의 숙원이 이뤄지도록 법안발의를 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본회의에선 여당은 반대, 야당은 찬성으로 팽팽히 맞섰습니다. 민주당은 간호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했고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했습니다. 본회의 표결에서는 최연숙 의원과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반대하며 퇴장했습니다.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등은 간호법이 간호사의 이익만을 위한 법이라며 반대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자 총파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반대 근거는 이렇습니다.

1️⃣간호 업무 범위가 확장되면 간호조무사 등 다른 의료 직종의 영역이 축소될 수 있다.

2️⃣간호사의 단독 의료행위는 위험하다.

3️⃣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 간호인력 부족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간호 업무 범위 규정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번 제정안에서 간호 업무에 대한 정의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원안은 간호 업무를 의사 지도·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했지만 반영되지 않았고, 의료법의 규정이 그대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반대 단체들은 법 개정을 통해 업무 범위가 원안처럼 조정될 수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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