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클러버라면 주목

☑️ 야근 더해야 돼..? 터덜터덜 퇴근하던 직장인

☑️ 건강보험, 이제 병원비 오르는 거야? 걱정되는 사람

지금 상황 알아보기

윤석열 정부가 ‘노동, 연금, 교육’ 3대 개혁을 발표하며 국정 운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가장 먼저 변화의 조짐을 보인 분야는 노동이다. 지난 12일 고용노동부의 개혁 전문 논의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노동시장 개혁 권고안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즉각 발표하며 각종 노동 정책을 꺼내놨다. 이외에도 개혁 의제를 확장하려는 정부의 행보가 이어졌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문재인 케어 폐지’를 통한 건강보험 개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이 오히려 국민들의 부담을 증가시켰다며 ‘문재인 케어’의 폐기를 선언했다. 비전이 없다는 비판이 쇄도해온 2022년, 개혁의 신호탄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출범 7개월 정부가 제시한 청사진, 어디 한 번 뜯어보자.

알면 좋은 맥락

주52시간제

「근로기준법」은 한 주에 최대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합친 수치다.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1.5배의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실제 법 적용은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져 2021년 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시행됐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영세함과 인사관리의 어려움을 고려해 1주 동안 52시간에 8시간 추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일명 ‘8시간 추가근로제’라 불리는 이 제도는 올해 말 종료된다. 윤석열 정부는 제도 유효기간을 연장하거나 영구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케어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건

어디를 어떻게 손 본다는 거야?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현재 노동 분야의 문제로 1)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2) 저출생·고령화, 3) 기술혁명, 경제구조 변화에 대한 적응을 제시했다. 그 해결 방안으로는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혁을 들었다.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제도를 마련하고, 변화한 사회에 맞춘 임금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기업 규모, 고용형태, 성별, 노조 유무 등의 조건에 따라 임금과 근로조건이 크게 차이나는 문제를 말한다.

권고안은 7월 고용노동부에서 내놓은 개혁 방안과 맞닿아 있다.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은 1) 연장근로시간 관리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변경, 2)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 도입, 3)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를 제시했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는 업무량이 많을 때 노동자가 초과근무를 통해 초과시간을 저축해두고, 일이 적을 때 휴가 등으로 소진하는 제도다. 세 정책 모두 이번 권고안 과제에 포함됐다.

건강보험과 관련해서는 급여와 자격 기준을 강화해 낭비되던 재정을 줄이고 의료 중증환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시말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축소하는 것이다.

두 분야의 개편안 모두 세부 사항과 시행 시기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 단체와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아직이다. 아직 밑그림 단계인 만큼 그 실현 가능성과 타당성을 늦지 않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노동시간 개편, 정말 ‘자율적’일까?

먼저 노동 문제를 살펴보자. 윤석열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건 노동시간 관리를 주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 혹은 그 이상으로 늘려 주52시간제의 탄력성 부족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선진국들도 월 단위 이상으로 노동시간을 관리하고 있다. 많은 선진국들이 노사 간 합의를 전제로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근로 조건 결정에서 노사의 합의를 국가의 규제보다 우선해 제도를 유연하게 만들자는 게 이번 권고안, 그리고 정부의 입장이다.

문제는 과연 현재 한국의 노사 간 합의에서 ‘평등한 선택’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은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할 경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한국의 단체협약 조직률은 15%로 현저히 낮다. 노사 간 협의가 실제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 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한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할 수 있게 된다. 통상 주 64시간 이상을 근무한 근로자가 뇌심혈관계 질병에 걸릴 경우, 업무와 질병의 연관성이 인정된다. 일각에서는 ‘전 산업의 크런치 모드화’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크런치 모드는 게임업계 등 IT 산업계에서 나타나는 단기간 고강도 노동 관행을 말하며, 종사자들을 혹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성계에서는 노동시간 연장이 여성의 ‘돌봄 독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의 노동시간 감소는 남성의 돌봄 참여가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정부의 노동 개편으로 여성의 돌봄 부담이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이다.

건강보험 개편, 문재인 케어는 재정 낭비일까?

의료보험 제도 개편의 이유로 제시된 것은 국민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문제다. 의료비 증가로 국민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6년 후인 2028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 시기 확대됐던 보장 범위를 제한해 지출을 줄이겠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 개혁의 방향이다.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건강보험 보장률(65%)을 늘리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출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보장성 강화를 목표로 했던 문재인 케어가 ‘혈세를 낭비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과연 문재인 케어가 낭비라는 지적은 얼마나 사실일까? 문재인 케어로 5년 간 지출된 비용은 약 18.5조 원으로, 1년에 3.7조 원 수준이다. 분명 큰 돈이지만 정부 및 의무가입제도에 의한 경상의료비 지출이 연간 약 100조 원임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는 크지 않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이 같은 지원이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나갈 돈을 건강보험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출 목적이나 규모를 고려할 때 무조건 낭비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15일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문재인 케어 도입 이후 일부 이용자가 건보 혜택을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감사원은 문재인 케어로 인한 재정 누수 금액을 2천억원으로 추산했다.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 것이 MRI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다. 새는 물은 막아야겠지만, 이를 이유로 문재인 케어 자체를 뒤집어야 한다고 말하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고령화로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라는 개혁의 대의는 분명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포퓰리즘”, “곳간은 텅텅”과 같은 공격적 수사를 앞세운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개혁 방향이 과연 맞는 곳을 향하게 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윤 정부가 건강보험 악화로 민간보험 수익만 보장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오늘 담소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