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사실 정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알기가 어려워요. 정치 제도 안의 수많은 직책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동학님께선 당 최고위원을 역임하셨어요. 최고위원이 하는 일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요?
(최고위원은) 회사로 따지면 임원이에요. 이사회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거죠. 최종 결정과 그것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는 자리입니다. 당 안에는 여러 가지 의사결정 과정들이 있어요. 의원총회, 전당원 투표제, 여론조사 등 여러 가지로 이제 진행이 되는데요. 그 안에서 당의 주요한 사안들이 논의돼요. 저는 청년과 환경이라는 미래 이슈의 대변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측면에서 송영길 대표에 의해 발탁됐어요.
최고위원회 구성에서 당이 중요하게 여기는 의제가 드러난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최고위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선출직 최고위원이 있고 지명직 최고위원이 있어요. 지명은 당 대표가 하게 되어 있습니다. 당 대표의 의중이 어디 있는가에 따라서 지명 최고위원의 전문 분야나 역점은 다를 수 있겠죠.
2003년 입당을 하시고 최고위원이 되시기까지 약 20년간 정치를 하셨는데요. 그동안 좋은 정치인이 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정치를 하게 되면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검증된다고 생각해야 돼요. 그러면 자신의 양심이나 행동의 공공성을 관리하면서 살 수밖에 없어요. 그 관리를 하지 않고 살면서 정치인이 되려고 한다는 건 넌센스에요. 남들 앞에 서기 위한 최소한의 도덕적 준비가 필요해요. 또 하나 중요한 건 공심(公心)이에요.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과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공적 마인드. 근데 사적 마인드가 앞서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사심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려고 하면 사회는 망가질 수밖에 없어요. 자기 관리와 공심, 두 가지가 중요해요.
환경 문제, 고령화 대응 등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뚜렷하신데요. 민주당이 동학님의 문제의식을 반영할 수 있는 곳, 비전을 그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당은 완벽할 수 없어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 부족하고, 확실하지 않아요. 다만 완벽함과 확실함을 기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예요. 여러 정당이 있지만 저는 그나마 민주당에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슈는 정치인들이 직접 만들어내는 거예요. 지금 당론과 구성원들의 생각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 이슈들이 필요하다고 여론을 환기시키고, 같은 꿈을 꾸도록 만드는 게 정치인의 역할인 거죠. 사람들이 저한테 정당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연설을 함께 듣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말해요. 정당의 사람들은 정치인들의 말을 통해서 공동의 꿈을 갖게 돼요. 정치는 공동의 꿈을 갖고 해결책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에요.
정치인이 꿈을 갖고 있고, 당원들에게 자신의 꿈을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다면 사회의 리더가 될 만한 자질을 갖춘 거죠. 지역사회, 정당, 국가의 리더 다 마찬가지에요. 사람들을 설득해서 다수파를 만드는 거죠.
그런 영향력을 행사해 변화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으실까요?
두 가지가 생각나는데요. 하나는 두발 자율화, 제가 혼자 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저의 노력이 영향을 미쳤던 것 같고요. 그다음에 만 18세 참정권이요. 이것도 물론 앞장서서 노력해 주신 분들이 많지만, 저도 노력했고 그 결과가 나왔어요. 앞으로 더 확장돼서 최소한 교육감 투표권은 학생들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봐요. 일차적으로 고등학생, 궁극적으로는 초등학생까지도 주어지면 좋겠어요. ‘몇 살부터 시민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답할 수 있나요?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가르쳐야 대상으로 볼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시민으로 인정하고 함께 가야 해요. 그런 자유와 선택권의 확장이 민주주의의 확장이라고 생각해요.
‘몇 살부터 시민인가’와 이어지는 얘기 같은데요. 일단 청년 정치인이 많아져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하잖아요. 2030 정치인들이 많아져야 청년들의 이익을 잘 대변할 수 있다고요. 그런데 청년이기만 하면 수많은 다양한 청년들을 대표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해요.
저는 청년 정치 1세대예요. 청년 정치를 3세대로 나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1세대는 청년들의 자리, 소통 창구를 만들려 했어요. 우리에겐 모임조차 없었거든요. 대학생위원회는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런 걸 만들기 위한 게 1세대의 투쟁이었어요. 2세대로의 확장은 2011년도 등록금 투쟁을 하면서 이뤄졌는데요. 지금 해 주신 질문이 2세대 버전이에요. 당사자 운동, 그러니까 어른들한테 부탁하는 게 아니라 청년이 스스로 정치권에 진출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 그 목소리는 다양할 수밖에 없어요. 부동산, 등록금, 취직, 실업 등 다양한 당사자들의 얘기가 정치권으로 들어오죠.
그런데 2세대 버전에 머무르면 청년은 청년 얘기만 해야 돼요. 지금 나타나는 문제점이 그거예요. 이거를 뚫고 나가려고 하는 청년 정치인들이 또 생기고 있어요. ‘내가 왜 청년 얘기만 해야 돼? 나는 부동산 이슈에 대해서 청년 주택 뿐만 아니라 부동산 세금의 부당함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이럴 수 있는 거잖아요. 3세대는 그런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더 많이 반영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단순히 청년을 대변하는 걸 넘어서 젊은 세대의 시각이 정치권에 들어오는 계기를 만드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