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선택에 있어 명확한 계기가 있는 사람들도 있고, 자연스럽게 그 일을 하게 된 사람들도 있잖아요.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의 길을 가게 된 재섭 님은 그 중 어디에 가까운가요?
자연스럽진 않아요. 정치는 다른 일이랑 좀 달라서 경계가 별로 없어요. 정치를 하거나 안 하거나죠. 중간에 준비라는 게 별로 없어요.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이긴 한데 다들 급하게 영입되는 방식으로 정치를 시작하게 돼요. 젊은 사람이 정당에 들어가서 훈련하고 토론하고 배우고 학습할 기회가 거의 없어요. 갑자기 통폐합이 되면서 홀랑 그 정당에 들어가게 된다든지, 아니면 외부에서 활동하던 저명인사가 갑자기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영입이 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영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은 중간 지대라는 게 없는 거죠.
제가 현실 정치에 쉽게 뛰어들었던 결정적인 계기로는 김종인 위원장의 역할이 컸어요. 2019년에 (정당 설립 추진 전에) 김종인 위원장이 제게 정치를 한번 해보면 좋겠다고 말씀하셨고, "그래도 저 양반 정도가 얘기하는 거면 뭐가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했어요. 그분은 그냥 던지셨던 것 같은데. (웃음)
처음에는 답답함에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었던 건가요?
그때 당시에야 뭐 거창한 아젠다들이 있었죠. “왜 우리나라의 노동 구조는 이렇게 되어 있느냐, 기업 규제는 왜 이렇게 많으냐, 연금은 왜 아무도 개혁을 못하고 있느냐, 그냥 하면 되는 거지!” 오히려 정치를 너무 몰랐기 때문에 그랬던 것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삼성 같은 기업을 만들기 전에 내가 무엇을 팔지 정해야 하는데, 삼성이라는 답을 정해놓고 무엇을 팔지를 찾아본 거죠. 큰 아젠다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과정들이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을 잘 몰랐어요. 국회의원 선거에 떨어지고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비대위원이 되면서 언론과 현실 정치를 보면서야 제가 뭘 해야 되는지 알았어요.
무엇을 해야 한다고 깨달으셨나요?
정치도 그렇고 사업도 그렇고 제 생각에는 본인의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2020년 말에서 2021년 초에 (코로나19로) 제일 피해를 많이 본 업종 중에 하나가 헬스장이에요. 영업제한 정도가 아니라 영업정지를 받았거든요. 헬스장 사장님이나 체육관 협회를 찾아가서 상황을 물어보니까 심각하더라고요. 매출은 계속 추락하는 상황에서 영업까지 못하니까.
제가 지도부 회의 때 공개 석상에서 처음으로 헬스장 관련 발언을 했는데, 헬스장 문 열어달라고 하는 게 얼마나 큰 이슈가 되겠어요? 당시에 언론사 딱 두 곳에서 기사로 다뤄줬어요. 큰 언론사들도 아니었어요. 그것도 제가 부탁에 부탁을 해서 친한 기자 두 분이 기사를 내주신 건데, 지금까지 제 이름으로 나간 기사 중에 제일 많이 본 기사가 그걸 거예요. 그게 헬스 커뮤니티에 뜨게 되면서 그렇게 많은 응원 문자와 전화를 처음 받았어요. 처음으로 보람이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운동을 평생 해왔고, 어려서는 또 운동 선수를 하고 싶어 했었기 때문에 그 문제를 제대로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정치인은 저밖에 없어요.
’당사자성’이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국회에 들어가 있는 구성원들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환경을 잘 알고 있으니까 말 그대로 잘 먹히더라고요. 제가 말했을 때 가장 많이 힘이 실리는 건, 결국 체육과 관련된 내용들이에요. 어려서부터 그 제도의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었는데, 정치적인 아이템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멋있어 보이지 않으니까 안 한 것 뿐이었죠.
대한민국에서 실내 체육 시설에 등록해 운동하시는 분이 천만 명 정도예요. 사회가 노령화되면서 의료 비용도 많이 들게 될 건데 보건복지 패러다임도 바꿀 필요가 있어요. 우리는 아직까지 예방의학보다는 치료에 방점이 찍혀 있다보니까 앞으로도 의료 비용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거든요. 그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정치적인 힘이 있어야 돼요. 제가 정치를 해야 되는 이유는 그겁니다.
체육인 외에도 청년 정치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계신데요. 청년 정치인이기에 가질 수 있는 관점의 차이가 있나요?
정치에서 젊다는 것은 거의 대부분이 다 다르다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생각하는 방식, 사고 구조, 대화하는 방식, 공유하는 문화, 생각하는 정치적 방향성, 정치적 이념. 다 달라요. 어느 특정 분야에서 젊기 때문에 다른 게 아니고 그냥 다른 사람들이에요. 물과 기름처럼. 그러니까 맨날 싸우는 거예요.
그래서 세대 정치를 많이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내가 기름이기를 포기하고 물이 되겠다고 선언하면 젊은 사람도 물이 될 수 있죠. 근데 기본적으로 물과 기름 같은, 유화제를 넣지 않으면 섞이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에요. 정당의 의사소통 구조 이런 것들도 당연히 젊기 때문에 달라 보일 수 있겠죠. 이상해 보이고.
당협위원장 직책을 맡으셨는데, 당협위원장이 좀 어떤 일을 구체적으로 하는지 일반 시민들에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당협위원장이 정당이나 정직원들이 수행하는 역할이나 실제 지역 현안에 관련해서 하는 일들을 좀 간단히 말씀해 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쉽게 얘기해서 국민의힘이라는 회사가 있으면 저는 도봉구 갑이라는 대리점 사장인 거예요. 그게 가장 적합한 비유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적어도 도봉구 갑, 그러니까 제가 있는 창동, 쌍문동에서는 책임자인 거죠. 특히 많이 파는 대리점이 있잖아요? 영업을 잘한다든지, 아니면 본사에서 잘 들여오기 어려운 물품을 산다든지, 그건 대리점주의 역량인 거죠. 도봉구 갑에 속해 있는 구의원들과 시의원들은 당협위원장들이 공천을 하거든요. 이번에 제가 공천한 모든 사람들이 다 당선됐어요. 도봉은 사실 (국민의힘에게) 어려운 지역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말 그대로 물건을 잘 판 거죠. 그런 역할이라고 보시면 돼요. 말씀하신 대로 저희한테 물건이라고 그러면 저희가 지향하고자 하는 정책, 방향성 이런 거일 텐데, 거기에 소구력이 있었다는 거겠죠. 거기를 가장 잘 알리는 것 많은 주민들을 설득하는 게 저희 같은 당협위원장들이 해야 될 일인 거죠.
좀 더 지역에 특화된 ‘상품’을 팔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그 지역 '대리점'의 일이 될 것 같아요. 당협위원장으로서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발굴하고 또 해결하시나요?
기본적으로 시장의 흐름과 굉장히 밀접한 문제에요. 도봉에서 꽤 유효하게 통용되고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하면 부동산 정책일 거예요.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값이 너무 많이 올랐고 실제로 서울의 가장 끝 부분, 변두리라고 불렸던 노원, 도봉 쪽의 아파트값도 마찬가지로 다 뛰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손바뀜이 많이 있었고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 사항도 높아졌어요. 오래된 낙후 지역들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재건축 재개발을 기본적으로 선호하는 정당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걸 열심히 배웠죠.
저 같은 당협위원장은 현역 국회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제도를 바꾸거나 어떤 실력을 행사하기는 굉장히 어렵죠. 오히려 지역에 있는 현안들이 올라오면 제가 공천을 했었던 시·구의원들한테 부탁을 할 수 있는 방식이에요. 예를 들면 초등학교 앞에 신호등이 있는데 “차량 통행이 굉장히 위험하다, 이걸 좀 바꿨으면 좋겠다” 하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어요. 어느 땅을 일부 빌려야 된다든지 이런 것들은 직접 구청장이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구청에 있는 직원들과 협의를 할 수도 있고, 구의원들이 협의를 할 수도 있어요. 때로는 A 구의원과 B 구의원의 지역의 경계에 있어서 역할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당협 차원에서 교통 정리를 할 필요도 있어요. 이런 일들을 지금 제 수준에서 할 수 있고요. 만약에 제가 국회의원이 되면 법을 만들어서 제도를 변경한다든지 아니면 어느 쪽에 특정 예산을 가져온다든지 이런 것들을 추가할 수 있게 되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