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애정클에 진짜 정치인이 온 건 처음이어서요.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전 ‘정치인이 아니던 시절’의 생각을 먼저 여쭙고 싶어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요! 정치인이 되기 전 정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셨나요? 최고의원 출마 선언에서는 ‘국제적인 리더가 되고 싶었다’, ‘성공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는데, 더 자세히 듣고 싶네요.
스무 살 때부터 정치인이 되고 싶었어요. 당시 저한테 정치는 ‘세상을 바꾸는 멋진 일’이었어요.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픔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중국에서 학부,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며 오히려 한국의 역사에 대해 공부를 더 하게 되었는데, 특히 6.25 전쟁을 보면서 많은 아픔을 느꼈어요. 한국이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국가, 평화로운 국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평화롭고 번영하는 한반도의 길을 열어서 통일된 한국을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커졌죠.
정치를 직업을 선택하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그중에서도 정당인을 선택하신 이유, 그리고 여러 정당 중에서도 민주당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정당이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생각해요. 정당의 역할은 국민을 대변해서 국정 방향을 제시하고, 정부를 견제하고, 인재를 양성·추천해서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것. 더 나아가서는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것이고요. 그만큼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그래서 꼭 정당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왜 민주당이냐? 아까 말했듯 평화로운 한반도, 번영하는 한반도를 만들고 싶어서 정치를 시작했는데요. 민주당이 지난 몇십 년 동안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역할을 많이 해왔고, 북한과 평화를 만들기 위해 실질적으로 일을 해본 집단이라고 봤어요.
통일에 대한 관심과 연결지어 말해주시니 이해가 되네요. ‘정당’은 일반 대중들은 피로감을 느끼는 단어이기도 한데요. 편향적이고 자기 권력을 추구한다는 이미지가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정당이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당의 기능을 쪼개보면 우선 인사 추천이 있죠. 국민을 대신해서 뽑을 사람을 추천하는 거잖아요. 지방선거 때 국민의 대표를 추천하고, 그렇게 뽑힌 구·시의원들은 예산을 심의하고 확정해요. 서울을 보면 각 구청의 예산이 한 5천억에서 1조 정도 돼요. 그 많은 예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엄청난 영향력이 있거든요. 아파트 건설이 허가되는지 아닌지. 도로에 횡단보도가 있어야 하는지 아닌지. 이런 것들을 다 정당을 통해 뽑힌 구·시의원이 결정하는데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정당이 잘 굴러가면 국가와 우리 삶에 관한 중요한 이슈를 조명할 수 있어요. 그리고 권력을 통해서 그 이슈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당 안에 여러 위원회가 있습니다. 을지로위원회(을을 지키는 위원회), 대학생위원회, 청년위원회 등 특정한 사회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상설위원회가 있어요. 을지로위원회 같은 경우 그 안에서도 분과가 있어요. 플랫폼 노동자한테 관심을 더 가진다거나. 이런 위원회에서 문제를 포착해서 시민사회 분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정당으로 가져와서 입법을 하고, 입법을 통해서 국민을 지킵니다. 입법을 통해서 자기가 합리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제대로 기능한다면요.
또 기업은 수익의 극대화가 목표지만, 정부는 공공이익의 극대화가 목표예요. 정부가 추구하는 공공이익이라는 가치는 공정, 민주, 평등, 자유 등일 수 있어요. 이런 가치를 정부가 제대로 수호하지 못할 때 정당이 파수꾼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예산을 보면 정부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에 대한 집중도를 알 수 있어요. 예산을 심사하는 역할을 국회의원들과 정당이 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가 있습니다.
정당이 하는 일이 정말 많군요. 그런데 지수 님은 그런 일들에 재미를 느끼시나요? 정치를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정치가 내 친구를 지키는 일임을 깨달았을 때예요.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던 친구가 이번에 구의원이 됐어요. 저는 정말 그 친구를 당선시키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첫 번째 성소수자 구의원이 될 수 있었거든요. 사실 정치적 이익을 따지면 이런 문제에선 처음엔 중도로 가는 게 안전하잖아요. 소수자 이슈에 함부로 말을 얹으면 다가올 화살 때문에 쫄아(?) 있었는데… 친구랑 얘기하다 보니 그의 아픔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이 친구의 아픔이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더라고요. 대한민국 소수자 모두의 아픔일 수도 있겠다고 느꼈어요.
그런데도 내가 지금 어떤 정치적 목적 때문에 이 아픔을 넘겨 버리면 나중에도 그런 정치인이 될 것 같았어요. 명분을 얘기하면서, ‘힘들지? 하지만 더 큰 미래를 위해서 참아!’ 이러는 정치인이요. 그래서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언제든지 당신 옆에 서고 싶다고 말했어요. 결국 이 친구를 지켰을 때 효능감을 느꼈어요.
두 번째는 민주당 지방선거 기획단에서 활동했을 때예요. 보통 국회의원들은 언론에서 조명을 많이 하지만 지방의원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예를 들면 하나로마트 회장 아들, 라이온스 클럽 회장 같은 지역 유지 혹은 사회 기득권이 지방의원을 꿰차기 쉬워요. 전부는 아니지만요. 그러다 보니 관리 감독이 안 돼요. 돈도 많죠, 권리당원도 많이 가지고 있죠,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버릴 수도 없어요. 미래 세대가 도전하려면 그런 분들이랑 싸우거나 그런 분들이 물러나 줘야 되잖아요.
지선 기획단에 들어가 보니, 공천 관련해서 모든 것이 정해져 있었어요. 지역에서 3선, 4선, 5선을 하고 있는데 이 자리를 안 내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분들은 그냥 ‘가번’만 받으면 당선돼요. 무투표 당선도 있어요. 이게 큰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중앙(정치)보다도요.
서울 지역 전수조사를 해보니, 2018년 지선 당시 민주당 지방의원 당선자의 20%가 3선 이상이었어요. 이런 당선자들이 거의 ‘가번’을 받았고요. 공천 자리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 두 번 이상 ‘가번’을 받은 분들은 ‘나번’을 받아달라, 아니면 구의원 했던 분들은 시의원에 도전해라. 시의원 했던 분들은 국회의원 도전하시라. 이렇게 선순환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어요. 당 안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안이 통과됐고요. 서울에서만 86개의 자리, 전국적으론 몇백 개의 공천 자리가 날 가능성이 열린 거죠. 신인, 청년, 장애인 우선 공천이 가능해져서 이번에 그나마 많은 미래 세대들이 선거에 도전했고, 당선됐어요.
그때 정말 희열을 느꼈어요. 세상을 바꾸려면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제도를 바꿔 기회를 많이 제공할 때 변화의 확장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요. 제가 누구를 의원으로 만들고 싶어서 지역위원장을 소개해주는 건 잘해봤자 6명밖에 안 돼요. 거기서 뽑히는 건 2명 정도고요. 하지만 제도를 통하면 100명, 200명, 300명에게 기회를 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