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당탕탕 학제 개편, 번개불에 정책 볶기?

✊ 이런 클러버들은 특히 주목!

☑️ 정부가 내놓은 학제 개편안, 사람들이 왜 반대하는 건지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한 사람

☑️ 정책을 대체 왜 이렇게 막무가내로 내놓는 건지 의문인 사람

☑️ 좋은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알고 싶은 사람

💡 아... 오늘은 한 가지 더!

☑️ <애증의 정치클럽>의 성장에 직접 참여하고 싶거나 주변인이 떠오르는 사람! 끝까지 읽어주세요 😍

지금 상황 알아보기

지난 29일 박순애 교육부장관이 새 정부 업무 보고에서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현행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제란 학교 교육을 단계별로 구분하고 각 단계의 교육 목적과 기간, 내용을 설정함으로써 교육 제도의 운영 방안을 규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개편안은 초중고의 6-3-3 학제는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초등학교 입학 시기만 1년 앞당겨 대학 진학 및 사회 진출 시점이 더 빨라지도록 하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아이들이 일찍 공교육에 편입되도록 해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것을 개편안의 핵심 취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교육계와 학부모들 사이에선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개편안에 대한 비판의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1) 유아들의 발달 과정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2) 사교육비 부담이 늘고 돌봄 공백이 커질 것이다 3) 교육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이 결여돼있다.

여론의 반대에 맞닥뜨리자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후 ‘국민이 원하지 않을 경우 폐기도 가능하다’며 한걸음 물러섰다. 뒤늦게 교육감 및 교원단체,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알면 좋을 맥락

학제 개편은 사실 이전 정부에서도 여러 번 검토된 정책이다. 그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자.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혁신위원회와 공동으로 학제 개편 토론회를 개최하며 처음으로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그 결과 학제 개편이 포함된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 2+5 전략’이 발표됐다. 취직 연령을 2년 당기고 퇴직 연령은 5년 연장해서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비용이 크게 들고, 저출생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접근도 아니라는 이유로 무산됐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저출생 대책으로 학제 개편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당시 육아정책연구소는 입학연령을 1살 단축하면 사교육비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교육부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다며 우려를 표해 철회됐다.

2015년, 박근혜 정부

보건복지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다시 한 번 꺼내들었다. 그러나 교육부가 당정협의를 부인하는 설명자료를 내면서까지 부정적 입장을 보여 무산됐다.

학제 개편 검토를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논리는 매번 비슷했다. 저출생,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업 기간을 단축해 취업과 결혼 시기를 당기고, 양육비용과 유아기 사교육 비용을 줄여 출산·육아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한편 반대 사유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저출생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가장 많았다. 저출생 문제의 본질인 청년층의 고용·주거 불안 문제는 손대지 못하면서 엉뚱한 것을 건드린다는 얘기다. 교육계와 학부모 단체는 만 5세의 발달 단계에 초등 교육이 맞지 않고, 사교육이 오히려 조장될 것이라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는 교육과정 개정과 인프라 확충에 엄청난 비용이 들고, 취업 시장에 혼란이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현실화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래서 내가 궁금한 건

이 정책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닌가?

😮 이미 비슷한 이유로 무산된 정책을 또 가져오다니 너무 소모적인 거 아닌가.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지 답답할 따름이다. 정책을 급하게 만들어 추진하려다 보니 생긴 문제 같기도 하다. 관련해서 어떤 얘기가 나오나.

이번 학제 개편안 추진에 관해 공히 제기되는 비판은 충분한 소통 없이 급하게 추진된 '졸속 행정'이라는 거다. 해당 방안이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공약도 아니었고, 취임 이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이런 비판에 더욱 불을 지폈다.

정책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까. 이번 사안이 일으킨 사회적 혼란은 정책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관해 무슨 교훈을 줄 수 있을까.

정책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결정한 행동지침 혹은 사업을 가리킨다. 정책을 통해서 정치는 현실을 개혁하고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정책은 보통 문제 인식→정책(의제) 형성→정책 결정→정책 집행→정책 평가 및 환류 등의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정책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특정한 사회 문제가 정책 의제로 인식돼야 한다. 곧 인력과 예산의 투입을 통해 해결에 나설 문제로 선택돼야 한다는 거다.

한겨레 이창곤 선임기자는 1) 정책 의제 형성에 관여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동등한 영향력을 가지지 않으며, 2) 정책 권력관계의 역학 속에서 의제 설정 및 정책 결정이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으로, 구조적으로 정책 형성에 있어 대통령과 비서실, 부처 관료의 권한이 컸다. 대통령이 의제를 설정하고 주도적으로 밀고 가면, 행정이 뒤따르는 식이었다. 박정희 정권 당시 국가 주도 경제개발 정책을 떠올려보라.

이번 개편안에도 대통령 개인의 의지가 강하게 관철됐다는 평이 많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 내에서 ‘과거 사회적 논란이 커 보류된 정책을 갑자기 업무보고에 포함시키면 실현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됐음에도 장관 개인이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산업 인재 공급이라는 첫 번째 임무를 다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부응하기 위해 개편안을 섣불리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다 보니 해당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제대로 된 의견 수렴 및 숙의 과정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시도교육감들은 박순애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학제 개편안 발표 전에 실제 정책을 집행하는 교육청과의 사전 협의가 일절 없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라는 것이 단순히 여론에 따라 수동적으로 집행만 하는 작업은 아니지만, 설득의 과정 없이 불쑥 튀어나온 정책에 "무엇보다 왜 이 정책을 추진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건 당연할 것이다.

사실 이번 사태는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같은 사안에서 윤석열 정부가 보인 태도와 닮은 구석이 많다. 정책 발표 이후 상당한 반발이나 우려가 이어졌음에도 강행하는 모습이 겹쳐보인다. 한 칼럼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연이은 실정을 두고 "윤석열의 실패와 대통령제의 실패가 뒤섞여 있다"라고 평한다. 설득과 협치의 과정인 정치를 경험해보지 못한 검사 출신 대통령 개인의 문제와, 사회가 갈수록 복잡하고 급변함에도 대통령 1인에게 국정 운영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통령제의 한계가 맞물렸다는 거다.

교육 정책은 어떻게 손대야 할까?

😟 그러고보면 교육 정책은 늘 개혁해야 한다는 말만 나오고 실제로 바뀐 적이 없는 것 같다. 입시 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지만 말이다. 좋은 정책을 통한 사회 변화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교육 정책은 장기간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영향을 받는 문제다. 국가와 사회발전의 초석인 만큼 장기적이고 일관적인 정책이 필요한 분야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실히 검토한 정책들이 꾸준히 운영돼야만 해결될 수 있는 국가 중장기 과제인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하게 여겨져 정당·정권을 초월하는 관점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러한 의식을 기반으로 세워진 새로운 교육기구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바로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다. 국교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뒤집히는 것을 방지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중장기적 교육 정책을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대통력 직속 기관이다. 국교위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2021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통과돼 올해 설치 예정이다.

법에 따르면 국교위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 10년마다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학제, 교원정책, 대학 입학정책 포함)
• 국가교육과정 기준 및 고시
•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 및 조정

모두 본래 교육부에서 맡던 것들로, 교육 정책의 큰 방향을 정하는 업무가 교육부에서 국교위 소관으로 옮겨갔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선 전부터 새 정부에서 교육 정책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논의가 있어왔다. 법에 따르면 국교위의 결정을 교육부가 따라야만 하기 때문에, 국교위 설치 전 내놓는 교육 정책은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국교위 설치 전 학제 개편이라는 중대한 교육 정책을 내놓았다. 심지어 학제는 국교위의 소관 사무다. 따라서 교육부에서 학제 개편 논의를 주도하게 되면 설사 추진이 되더라도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왜 중장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관을 만들어 놓고도 그 의도를 벗어나는 행보를 보이는 걸까? 전문가들은 ‘좋은 정책’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담론이 부족하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이창곤 기자는 대한민국의 정책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누가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최종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지가 국회에서도, 학계와 연구기관에서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왔다고 설명한다.

정책의 의미와 실효성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이유는 정치권과 언론의 행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사람들이 열을 올리는 각종 논란을 따라가는 것에 급급해, 정책을 제대로 검토하고 다양한 주체들의 입장에서 논해보는 일은 뒷전이 된다. 간혹 주목받는 정책들이 있지만 선거 기간에 표를 얻기 위해 내놓은, 보여주기식 정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학제 개편안 논란 역시 정책을 대하는 우리 정치의 가벼운 태도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오늘 담소 마무리

•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거센 비판을 맞닥뜨렸다. 이에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입학 연령 하향을 골자로 한 학제 개편안은 과거 정부에서도 거론됐으나, 이번과 유사한 우려에 철회된 바 있다.

•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으로, 구조적으로 정책 형성에 있어 대통령이 의제를 설정하고 주도적으로 밀고 가면, 행정이 뒤따르는 식이었다. 이번 개편안도 대통령 개인의 의지가 강하게 관철된 결과라는 평이 많다.그러다 보니 해당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제대로 된 의견 수렴 및 숙의 과정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 교육 정책에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관적인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라는 기관이 출범을 앞두고 있는데, 이번 개편안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교위의 설치 목적과도 충돌한다. 이러한 ‘졸속 행정’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정책의 역할과 내용에 대해 충실히 논의하지 않는 우리 정치의 풍토와 연관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