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사 문제
윤 정권은 연이은 인사 검증 논란을 겪었다. 우선 내각 인사 후보자들의 자진 사퇴가 반복됐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자진사퇴했다.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온가족이 부정 장학금을 받았다는 논란으로 사퇴했다. 뒤이어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박순애 후보자는 만취 음주운전 논란이 있었지만, 인사청문회 기한이 만료돼 인사청문 없이 임명됐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학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이 논란이 돼 자진사퇴했다.
장관 후보자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모두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인사 안목과 검증 능력을 보여주는 자리다. 자진사퇴한 후보자들과 관련된 논란들은 모두 사전에 쉽게 검증할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이었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이런 실수가 반복되니 국민들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임명이 완료된 요직의 대부분이 검찰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정부부처 차관급·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의 인사 중 검찰 출신은 15명이다. 이에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한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사법부 인사들이 대거 유입되면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력 견제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검찰 출신이 이례적으로 임명된 자리도 적지 않았다. 윤 대통령 본인이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사실은 편중 인사 논란에 더욱 불을 붙였다.
최근에는 ‘비선 정치’ 논란까지 더해졌다. 비선이란 정치에서 어떤 단체 또는 개인과 비공식적으로 맺은 관계를 의미한다. 적법하고 공개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물밑에서 이뤄지는 정치를 말하는 것이다. 비선 논란은 나토 정상회의 순방에 대통령실 비서관 부인인 신 씨가 동행한 사실이 드러나며 시작됐다. 신 씨는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인데, 국가기밀인 순방 일정과 동선 정보가 제공됐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 씨가 국제교류행사 기획 전문가로서 ‘기타수행원’ 신분으로 동행해 순방 준비에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분야에 더 뛰어난 전문가들이 많고, 신 씨의 업무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비판은 지속됐다.
여기다 윤 대통령의 친인척이 대통령실에 채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가중됐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선거운동을 함께 해온 동료이기에 채용했다고 해명했다.
2) 경제위기 대응
복합적인 경제위기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주식과 부동산 시장도 침체를 맞으며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경제가 불안정한 것 자체로도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정부에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 됐다.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침체가 경제위기의 주된 원인인 만큼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세계적인 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현 정권이 해결해야 하는 경제위기 앞에서 이전 정권을 탓하기만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3) 여당에 대한 부정적 평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 지지율 하락과 동반됐다. 여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 나오는 배경이다. 리얼미터가 11일 공개한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국민의힘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6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론 여당 내부 갈등과 국회 공백 사태를 꼽을 수 있다. 지난 8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당대표에게 당원 자격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성상납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인정되면서다. 사실 이전부터 당 안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준말,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을 가리킴)과 이준석 당대표 간 알력 다툼이 지속돼왔다. 이번 윤리위 결정으로 권성동 원내대표 대행 체제로 전환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된 듯하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에선 여당으로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려는 노력은 없고, 당내 자리 다툼에 치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을 리 없다.
게다가 이번 국회는 원 구성(국회의장, 상임위원장, 상임위원을 결정하는 것) 협상에 거듭 실패하면서 열리지도 못하고 있다. 원 구성 협상 실패의 책임이 여당에게만 있다고 하긴 어려우나, 집권 여당으로서 위기 대응에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4) 윤 대통령 개인의 자질 문제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 개인의 자질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태핑)에서 보여주는 태도를 두고 논란이 인다. 윤 대통령은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 후 출근길에 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약식 기자회견은 언론과 자주 만나 국정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함으로써 권위를 벗어던지고 원활한 소통에 임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약식 기자회견에서 실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인상이나 독선적인 태도가 드러나 논란이 됐다. 대표적으로 윤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주52시간제 개편안을 두고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말해 정책 방향성에 혼란을 키웠다. 윤석열 내각 인사 후보자에 관한 논란에 대한 질문에도 “전 정권에서 지명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라며 맞받아쳤다. 최고 인사책임자인 대통령이 인사 관련 비판 여론에 맞서 전 정권보다 낫다는 식으로 항변하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친 거다.
지난 11일, 약식 기자회견 잠정 중단이 발표됐다. 대통령실은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윤 대통령과 기자들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언론은 지지율 하락 국면을 해결하기 위한 준비 기간을 얻은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안들은 언뜻 보면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경솔한 태도와 핵심 어젠다 부재라는 큰 맥락에서 얽혀 있다. 대통령이, 정부가 내는 메시지가 충분히 신중하지 못하고, 단일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란 얘기다. 인사 문제와 대통령 자질 논란은 전자에, 경제위기 대응과 여당 평가 문제는 후자에 해당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