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씨를 조력하며 개인적인 어려움은 없었나요?
생활의 고초를 겪었어요. 정치권에서는 능력보다 평판이 중요해요. 소위 ‘평판조회’라고 하죠. 권위 있는 사람의 평가에 채용 여부가 달려 있어요. 저는 안희정 지사와 척졌다는 이유로 정치권 복귀가 불가능한 상태였어요. 그러면 경력직으로 어디든 가야 할 텐데, 안희정 수행비서라는 이력을 어디에 쓰겠습니까?
그래서 그때 조그만 트럭을 한 대 사서 아파트 단지를 돌며 닭꼬치를 팔았어요. 새로운 일도 해보고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죠. 정말 견디기 힘들었던 건 ‘안희정 지사 편 안 들어서 숨어 사는구나’라는 사람들의 시선이었어요.
신변의 위협도 받았어요. 전화와 문자 폭탄은 기본이었고요. 한번은 모르는 사람이 제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으로 전화해 아이를 데리러 가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경찰에 신고하고 가족들을 피신시켰죠.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어요. 내가 괜한 짓을 하고 있나 싶고.
저 외에도 김지은 씨를 도운 분들 중 어려움을 겪은 사람은 더 있어요. 취업을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민주당 대표로 나선 이낙연 대표의 캠프에서 며칠 만에 잘린 선배 이야기가 보도된 적도 있었죠.
안희정 지사 편에 선 사람들은 어떻게 됐나요?
권력에 부역한 자들은 아직도 승승장구하며 잘 먹고 잘살고 있어요. 지금 민주당에서 활동하는 성모 씨는 김지은 씨가 일하면서 믿고 의지하던 사람이에요. 수행비서가 고된 직업이거든요. 그래서 힘든 이야기들을 성모 씨에게 털어놓기도 하고, 의지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성모 씨가 그런 대화 내용을 악의적으로 캡처해서 '피해자답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법정에 제출했어요. 그 문자가 온라인에서는 '안희정과 피해자의 문자'로 둔갑해 돌아다니기도 했죠. 어떻게 자기를 믿고 따랐던 후배를 한순간에 배신하고, 권력 앞에 줄 설 수 있을까 화가 났어요. 성모 씨는 김종민 의원실에서 인턴에 준하는 입법보조원을 하다 단숨에 다섯 단계를 뛰어 넘어 5급 선임비서관으로 초고속 승진했어요.
김지은 씨의 후임 수행비서인 어모 씨는 법정에서 ‘조직 내 위력은 없었다’고 진술했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재판정에 있던 사람들이 다 같이 웃었다고 하더라고요. 어모 씨는 안희정계 의원실에 채용됐다가 이후 민주당 단체장이 있던 송파구청에 입성했어요. 이후에는 김지은 씨에 대해 악의적인 댓글을 달고 다니다가 적발돼서 처벌받았고, 온라인에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쓰기도 했어요. 지금은 삭제했지만요.
안희정 팬클럽 회장 왕모 씨는 원래 냉면집을 운영하다가, 조승래 의원실 보좌관을 거쳐 대전시설관리공단 경영본부장이 됐습니다. 정치권에서 안희정 이름 석 자의 힘은 아직도 견고해요.
안희정 사건에서 민주당의 책임은 무엇일까요?
성폭력 사건의 가장 확실한 재발 방지책은 신상필벌이에요.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는 게 상식이죠.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거꾸로 가고 있어요. 온정주의, 친소관계에 의해 정치가 움직여요. 가해자가 자신과 맨날 같이 술을 먹은 동료라는 이유로, 이 문제를 건드리면 우리 정당 지지자들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는 이유로 분명히 선을 긋지 않고 있죠.
정당은 사설 단체가 아닙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로서 국민의 이익을 도모해야 하는 조직이죠. 저는 민주당의 이념과 노선을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좋은 뜻으로 모인 정당이지만, 달콤한 소리 하는 사람만 남기고 듣기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은 내쫓는 행태는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떳떳하게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가 안 되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