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2일 첫 전원회의가 열렸는데,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안건마다 다른 입장을 내세우며 부딪혔는데요. 내년 우리 월급은 얼마나 오르게 될까요?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생계에 직결되는 이슈입니다. 임금을 주는 사용자에게도 예민한 문제입니다.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1️⃣최저임금 1만원 돌파

올해 최저임금은 9620원인데, 여기서 3.95%(380원)만 올리면 1만원이 됩니다. 2000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률이 3.95% 미만이었던 때는 3번 뿐입니다.

2️⃣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사용자의 지급능력에 따라 업종별·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정하자는 것입니다. 최저임금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88년 이후로는 적용되지 않은 제도입니다. 경영계에서 줄곧 주장해왔는데, 매번 최임위에서 부결됐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부터 차등적용을 옹호해왔기 때문입니다.

노동계는 작년부터 물가상승이 임금상승을 앞질러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최저임금법은 생계비, 유사 노동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률을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두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최임위는 경제성장률 전망치+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취업자증가율 전망치라는 산식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했습니다. 경제성장+물가상승은 임금 상승, 취업자 증가는 임금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노동계는 이러한 방법이 최저임금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생계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계산을 통한 기계적인 결정은 사회적 논의의 과장을 차단하고, 분배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도 주장합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바뀐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산입범위란 최저임금 위반을 판단할 때 급여 항목 중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것들을 정하는 기준입니다. 2019년에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산입범위에 포함됐습니다. 이처럼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기본급을 그대로 두고도 최저임금 기준을 맞출 수 있습니다. 이에 실질적인 임금 인상 효과를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상승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 주장입니다.

노동계는 2013년 경부터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해왔습니다. 2017년 대선에선 주요 안건으로 떠오르며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 되기도 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으로 구성됩니다. 표결을 통해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데,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이 나섭니다. 어느 쪽의 편을 들어주거나 아예 금액을 제시해 결정하기도 합니다.

올해 최임위에서 노동계는 지난해보다 24.7% 인상한 12000원을 최초요구안으로 발표했습니다. 월급으로 계산하면 250만 8000원입니다. 반면 경영계는 9620원 동결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양쪽이 제시한 금액의 차이가 커, 이번에도 공익위원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근로자위원들은 공익위원의 객관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제 정책 기획에 참여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공익위원에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권 교수의 사퇴를 요구하는 장내 시위로 첫 회의가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사퇴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경영계는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고, 임금을 올리면 물가도 오른다는 이유에서 동결을 요구합니다. 사용자들의 사정이 나빠지면 오히려 고용이 줄어든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다만 경제학계에서 최저임금 상승이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논쟁적입니다. 국내에서도 상이한 연구 결과가 나옵니다. 전체 고용 규모는 영향을 받지 않지만 비숙련·비정규직 노동자 고용에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입장이 갈립니다. 경영계는 자영업이 힘들어진 가장 큰 이유가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주장합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해결책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차등적용이라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반면 노동계는 높은 임대료, 대기업과의 경쟁 등이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이를 외면하고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을’들의 갈등밖에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의 반감을 풀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자원, 임대료 등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많은 비용 중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인건비인데, 그마저도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법정 최저임금 고시 날짜는 8월 5일입니다. 그러나 노사 갈등으로 인해 시한이 지켜진 적은 거의 없습니다. 공익위원까지 갈등에 휘말린 올해 최임위에서, 최저임금 1만원의 시대는 과연 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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